월요일 아침, 첫 환자는 170cm가 넘는 15살 건강한 체격의 여학생이었다. 얼마 전까지 농구를 했고 지금은 달리기 선수라며 농구를 더 하면 더 클 것 같아 그만뒀다고 했다.그런데옆에 있던 아이의엄마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에게물었다.
'너도 체육인이지? 달리기 하니?'
'그렇게 보여? 나40년 넘게 살면서처음 들어보는 말이야. 그런데 기분이 되게 좋다. 고마워'
'너 굉장히 건강해 보여서 러너가 아니더라도 당연히 운동하는사람인 줄 알았어'
나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병원에 취업하면서 '삐쩍 마르고 매가리 없어 보인다'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환자의 건강을 돌보는 간호사인데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면 어쩌지?'걱정을 했지만 계속 듣다 보니 '나는 기운이 달리고 에너지가 부족한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건강한 달리기 선수로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다시 보게 된 거울 속 나는, 볼그레 한 양볼과살아있는 눈빛을 지닌에너지 넘치는모습이었다. '내가 이런 모습이었나? 이미 밝고 에너지 가득한 사람이었잖아?'
'나는 밝고 건강한 사람이야!'
우리는 스스로 혹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해정체성을형성한다. 여기서 문제는,한번인식된 정체성은 쉽게바뀌지않는다는 점이다.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을 가진 성실한 사람'은 내가 스스로 부여한 정체성이다. 여기에 '매가리 없어 보이는 허약한 사람'이라는 인식까지 더해져 '강한 책임감을 가졌지만 예민하고 부실한 사람'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살아왔다. 돈 많은 건 부럽지 않았지만나에게 밝고 건강함을 지닌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정체성은 습관에서 나온다. 습관은 정체성을 만든다. 변하고 싶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고 작은 성공으로 스스로에게 증명하라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늘 부럽게만 바라봤던 '명랑하고 건강한 사람'으로 변하고 싶다. 누군가는 '달리는 사람'으로 볼 정도로 나에게도 건강한 모습이 깃들어 있었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