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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Aug 17. 2024

철석같이 믿었던 승진, 물먹고 알게 된 것들

나, 완전히 새됐어

'진짜로  완전히 새됐다.'


최근 면접을 두 번 봤다. 듣리는 소문으로 두 군데 다 순위권 물망에 올랐다. 합격할 것 같다는 촉이 왔다. 사실 합격 메일을 받는 꿈을 꿨다. 예지몽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종종 면접 후 꿈에서 미리 결과를 들었던 적이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미군부대는 정년퇴직 말고 퇴사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승진을 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70세가 넘어도 교대근무를 하고 계시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 승진자리가 나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그 기적이 입사 8년 만에 일어났다. 그것도 2군데나.  

나는 면접준비를 1달 전부터 시작한다. 상 질문과 답을 작성해 매일 거울을 보면서 연습하기에 면접을 망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번 면접 역시 잘 끝냈고 들려오는 이야기도 희망적이었지만, 결과는 두 곳 다 '탈락'이었다'. 면접 점수로만 합격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 그래서 이제 나는...


1. 자유다.

결과가 나오는 동안 병원 안에서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눈치가 보였다. 걸을 때도 바쁜 걸음으로 분주해 보이려고 과장된 리액션, 행동을 하느라 퇴근 후에는 녹초가 됐다. 이제는 쓸데없는 눈치작전에서 자유로워졌다.


2. 훌훌 털어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뭐가 잘못됐지? 그때 그렇게 말하면 안 됐나? 뭘 더 했어야 했지?' 자꾸 지나간 일에 미련이 생겼다. 안다. 최선을 다한다고 모든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 미련과 집착에 소비되는 에너지가 얼마나 인간을 갉아먹는지 말이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별일 아닌 것이 된다. 지나간 일에 의미두지 않고 마음을 죄여오는 집착을 놓아버리는 과정을 온전히 겪어낼 것이다.

3.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일했고 준비했던 과정이 내 안에 고스란히 각인되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한점 부끄럼 없이 일했고 면접도 준비했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복잡한 일, 바쁜 일을 자원해 판단 능력과 일머리가 생기고 민첩해졌다. 결과는 안 좋았지만 열심히 일했던 그 과정만큼은 내 몸과 머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물론 아직은 괜찮지가 않다.


이해가 안 되고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이미 나온 결과를 어쩌겠는가. 모든 상황은 그 안에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것은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라고 했다.

위기에는 크고 작은 기회가 숨어 있고, 신이 우리에게 선물을 줄 때는 문제라는 것으로 포장을 해서 준다. 그러므로 위기를 겪게 되면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와 기회를 찾아보고 문제가 생기면 포장을 뜯어 그 안에 어떤 선물이 들어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민규 '생각의 각도'

포장을 뜯어보니 가장 큰 선물이 숨어 있었다. 이번 결과에 나보다 더 아쉬워하며 눈물 흘려준 지인들, 매일 기도하고 응원해 줬던 짝꿍과 가족들. 그들의 진심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한가?


어두운 터널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 들의 따뜻한 마음만큼, 내 안의 터널을 지나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단단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그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도록...


힘든 시간을 겪어내고 계신 모든 독자분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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