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혼자가 된 시간, 나는 주로 글을 쓴다. 점심이 시작되는 오후 12시 전까지 10분 간격으로 바뀌는 환자들, 수시로 들어오는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오가던 대화 속 미처 하지 못한 내 마음속 이야기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상 앞에 앉아 정리가 되지 않을 때면 산책을 나간다. 어느 날은 병원 앞 화단을 거닐다 쉼 없이 꽃과 꽃 사이를 오가며 꽃가루를 옮기고 다니는 꿀벌 한 마리를 보게 됐다. 꿀벌은 주변 20개가 넘는 모든 꽃들을 전부돌아다니며 수분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에 정진하는 꿀벌을 보며 '나는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흔들림 없이 그 일을 행하고 있는가?'스스로에게 물었다.
기후변화로 귀해진 꿀벌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루터킹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내가 왜 만들어졌는지 이유를 찾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내 인생의 과업, 내 소명을 발견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걸 발견하고 나면 온 힘을 다해 내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 그 일을 해야 합니다"
그가 말하는 인생의 과업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 가진 기술, 재주, 성향이다. 즉, 자신의 기술, 재주, 성향에 의해 결정된 인생의 과업이 자신의 소명인 것이다.소명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자아성찰부터 시작된다.
책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는 소명을 '내면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무언가, 즉 하나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라'라고 말한다. 내 안에서 들리는 이 목소리는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은 커리어를 가려고 하거나 불필요한 일에 휘말리고 있다면 '불편한 기분'의 형태로 경고를 보내줄 것이다.
나 역시 첫 직장에 입사해 업무를 배우고 시작할 때 '뭔가 잘못됐다. 불편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느낌은 강해졌고 '진짜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나는 이 불편함과 마음의소리를 무시하지 않았고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차단했다.나만의 공간에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한 여정을 통해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가다 보니 '원하는 일을 하며 자기답게 주체성 있는 삶을 사는 것, 그렇게 살도록 돕는 일을 할 때'나 자신이 온전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물론 이 여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소명은 인생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자아성찰을 통해 끊임없이 다듬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는 것, 온 힘을 다해 그것을 수행하는 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가 해야 할 과업이라면, 이를 위해 '고독함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소리'에 귀를기울여야한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미 DNA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그것은음악, 영상, 숫자, 언어, 심리, 관계, 남을 돕는 것 등일 수도 있다.혹은 나처럼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살았던 과거의 영향으로 자신의 결핍을 채우는 일에서 소명을 발견하기도 한다.
자신이 계속 찾고 보고 있는 끌리는 것, 몰입하게 되는 것을 발견하고 기록하라. 소명을 발견한다는 것은 자신을 알고 남들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이전에 쓴 글 '자신을 아는 단 한 가지 방법'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것 또한 단번에 발견되지 않는다.우리인생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과정을 통해 더 높은 목적과 가치를 향할 수 있도록 다듬어나가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