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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Dec 06. 2024

마음의 여유를 갖는 4가지 방법

(미군부대 딜레마) 빨리빨리 vs 세월아 네월아

 미군부대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성향으로 갈린다.  '빨리빨리 vs 세월아 네월아' 척 보면 알겠지만 '가뜩이나 성질도 급한데 손도 빠른 한국 사람들 vs 여유로움이 디폴드 값으로 장착되어 적절한 수다에 농담도 즐기는 미국 사람들'이 있다.


 나는 급한 성질에다 조급증까지 가지고 있어 환자가 밀려있는 꼴을 못 본다. 대기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말 수가 급격히 적어지고 손은 빨라지며 다음 환자를 빨리 보기 위한 것에만 신경을 쏟는다'. 행여 말이 많은 환자가 있으면 빨리 내보내려 혼자 안달복달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면 같이 일하는 미국인 동료 키티는 나랑 정 반대다. 바깥에 환자가 기다리든 말든 주사를 거부하는 아이에게 "지금 기분이 어때? 참 귀여운 스웨터를 입었구나? 몇 학년이야? 내 딸도 같은 학교인데 혹시 제니퍼 아니?"라고 말을 걸어 자연스럽게 아이의 신경을 딴 데로 돌린다.


 어떨 땐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러준다. 그녀의 여유로움으로 아이는 배려받고 존중받으며 기분 좋게 병원을 나간다. 내가 환자를 케어하는데 5분이 걸리면 그녀는 7분이 걸린다. 고작 2차이지만 환자가 많아질수록 그 차이가 벌어져 대기하는 환자들은 점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건, 기다리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컴플레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기실에 앉아 책을 읽거나 아이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영상을 본다. 그러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그만큼 시간이 할애되고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



 '여유'


 동료 간호사 키티는 말과 행동에서 여유가 있다. 우리나라 도로규정을 잘 몰라 교통위반 딱지를 9개나 들고 온 날도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하며 웃어넘겼다. 속이 탔던 건 나다. 내가 만일 20만을 벌금으로 내야 했다면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나고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어쩜 저렇게 해맑은지,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나온 벌금은 내고 앞으로 주의하면 되지." 그녀에게 배운 두 가지 마인드. 여유를 갖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첫째, 내가 통제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을 확실히 구별한다. '교통딱지를 끊어서 돈을 물어야 해. 나는 몰랐고 이미 딱지는 날아왔어.' 여기까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 후에 상황 '돈이 아깝고 그 돈을 물어야 하는 나 자신에게 화나고 짜증이 나는 감정'은 바꿀 수 있다. '돈이 아깝긴 하지만 교통 법규에 대해 배운 기회, 배움에 대한 수업료라고 생각하자. 200만 원 아니고 20만 원만 나온 게 어디야. 다행이다'

 둘째, 밝게 인사한다. 그녀는 늘 환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환하게 웃으며 안부를 묻고 자신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키티와 잔뜩 굳어있는 표정으로 할 일만 빨리 끝내는 나를 만난 환자는 어떤 간호사를 신뢰할까? 똑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았지만 키티가 훨씬 전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것이다. 책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38가지 법칙'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표현할 아는 사람은 주변의 분위기를 산뜻하게 바꾼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편안한 마음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신뢰감을 느끼게 된다. 나 역시 그녀와 근무할 때는 혼자 있을 때보다 마음이 너그럽고 여유로워진다. 환자와의 라포를 형성하면 밀리더라도 오늘 하루가 기분 좋게 잘 마무리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생각해 본 세 번째, 자기 관리를 통해 평소 컨디션을 잘 조절한다. 아무리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도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는 마음에 여유를 갖기가 힘들다. 자신에게 맞는 수면 패턴을 알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몸과 마음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해 앞으로 나아갈 때와 쉬어갈 때를 조절해야 한다. 자신이 잘 돌봐져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네 번째,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을 정의한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타인이 눈치 때문이다. 내가 병원에서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도 환자가 밀려있는 모습을 동료들이 보면 '내가 일을 못해서,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버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하루를 돌아보니 남들이 정의해 놓은 '일 잘하는 사람, 성공한 사람의 기준'에 못 미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쫓기듯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나에게 성공은 어제와 다른 나, 변화하는 나 자신이다.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 경험을 쌓으며 매일 변화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다. 내 기준의 성공이니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조급할 이유도 없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자기 다운 성장을 할 때 나오는 '여유', 여유를 가지려면 이렇게 가진 것이 많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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