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군부대 간호사)직장상사에게 할말하고 인정받는 방법

나와 환자를 살리는 방법

by 희원다움

어느 날 아침, 카톡에 올라온 스케줄을 확인하고 뒷목을 잡았다. 스케줄을 짜는 사람도 어렵겠지만 올라온 스케줄을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것도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매일 아침 카톡에 스케줄이 업데이트된다. 간호사들의 경우 함께 근무하는 의사가 있지만 그날그날 병가를 내는 사람도 있고, 훈련을 가는 사람도 있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스케줄이 바뀌는 경우가 빈번하다.

나는 예방접종실에서 근무한다. 내가 담당 간호사로서 접종실 전체를 매니징하고 매일 간호사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한 명씩 도와주러 오신다. 인력이 부족해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때는 혼자 보기도 하지만 너무 바쁜 곳이라 웬만하면 한 명씩 배정되는 편이다. 금요일 어느 날 다수의 휴가자가 발생해 나 혼자 근무를 하게 됐다. 물론 혼자 일해도 어떻게든 환자들을 케어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의미가 내포된 '어떻게든' 환자들을 보는 그날, 신규 간호사 오리엔테이션도 하라고 스케줄링이 되어있었다. 한숨이...


'그것까지는 못한다고 말을 할까 말까?'


예전의 나라면 결국 말을 못 하고 이 상황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할 말을 정확하게 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도 업무 역량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주어진 대로 맡았다 만에 하나 실수라도 발생하면 환자에게 그 손해가 고스란히 발생되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으면 팀리더는 내가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절대 알지 못한다.


'정확하게 상황을 알리자!'

오늘 혼자서 예방접종실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선생님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날 간호사 선생님이 함께 일을 한다면, 그때는 오리엔테이션까지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일정을 조정해 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오리엔테이션을 주지 않겠습니다....(중략) 만약 오늘 오후에 너무 바빠진다면, 로렌스가 도와줄 수 있어요. 그런 일이 생기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예상치 못한 수간호사의 쿨한 반응에 속이 시원하면서도 맥이 풀릴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오리엔테이션도 빼주고 더불어 오후에 도와줄 사람까지 섭외해 준다니... 여태 뭐 한 거니...' 비슷한 상황에서 할 말을 못 하고 속앓이만 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수간호사에게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2가지다. '도와달라고 하면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희원은 어떤 일도 다 해내!'라고 인정받고 싶은 인정욕구 때문이다.


인정욕구


누구에게나 생존에 필요한 어느 정도의 인정욕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과중한 업무를 흔쾌히 떠안는척하며 남들이 알아주지 않음에 억울함을 느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니까 이렇게 하는 거야. 나 없으면 어디 예방접종실이 제대로 돌아가겠어?' 하지만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내가 없어도 예방접종실은 잘 굴러갔다.

이번일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려면 리더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는 게 아니라 그와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리더에게 나의 현재 상태를 설명하고 필요한 지원을 요청함으로써 주어진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제안을 할 것이다. '이 상태로는 할 수 없지만 이러이러한 서포트가 있으면 할 수 있어!'


쿨하게, 담백하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