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9년, 우린 왜 그렇게까지 싸웠을까?

이제야 깨달은 관계를 위한 지혜

by 희원다움

우리는 흔히 지식이 많거나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사람을 '똑똑하다'라고 부른다. 나 역시 오랫동안 ‘똑똑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았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수없이 부딪히는 사이, 조금씩 알게 되었다. 관계를 지켜내는 힘은 똑똑함이 아니라 현명함에서 나온다.


나는 남자친구와 9년째 만나고 있다. 긴 시간을 함께하며 우리는 정반대의 성향 때문에 참 많이 다퉜다. 처음에는 내가 갖지 못한 그의 다름이 매력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차이는 다름이 아니라 ‘틀림’으로 다가왔다. 결국 “내가 옳으니 내 말을 들어.”라며 내 방식대로 밀어붙였고, 우리의 관계는 자주 삐걱거렸다.


어느 날 그와 크게 다툰 후, 문득 어릴 때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현명한 여자는 다 알면서도 남자 앞에서 잘난 척하지 않아. 대신 인정하고 지지해 주면 남자들은 다 알아서 해.”

그때 나는 그 말이 불편했다. 왜 여자는 '알아도 모르는 척을 해야 하냐고, 어떻게 그 상황에서 인정을 할 수 있냐'며 속으로 반발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연애를 이어오며, 그 말은 성별을 떠나 관계의 본질을 짚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에게 잘난 척을 해대면 그의 표정과 눈빛은 슬픈 듯, 체념한 듯 변했다. 마음을 닫고 자신의 동굴로 숨어버렸다. 반대로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당신 말이 맞아요”라며 인정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눈빛이 환해지고, 평소보다 신이 나서 말도 많아졌다. 내 이야기도 한층 더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마음을 닫게 만드는 건 옳고 그름을 가르는 말이었고, 마음을 열게 하는 건 존중과 인정이었다. 관계를 지켜내는 힘은 결국, 내가 얼마나 똑똑한가 가 아니라 상대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려 있었다.


현명함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이나 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지혜롭게 처리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단순히 똑똑하거나 지식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 ‘어질 현(賢)’과 ‘밝을 명(明)’이라는 한자처럼, 밝게 보되 너그럽게 품어내는 태도까지 포함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지혜란 타인과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올바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최근 심리학 연구 역시 현명함을 지식보다 인간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겸손과 균형 감각에 더 가깝다고 설명한다.


돌아보면 나에게 부족했던 건 지식이 아니라 현명함이었다. 사람을 대하는 현명한 태도, 그것이 결국 관계를 지켜내는 힘이고, 인생을 단단하게 만드는 지혜였다. 그리고 태도는 결국 매일의 작은 선택 속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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