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실패가 아닌 판을 짜는 실행력의 비밀
나는 10년 차 간호사다. 누군가는 면허증이 주는 안정감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나는 내 삶이 누군가 짜놓은 궤도 위를 달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내 모습인가?
"남들이 말하는 정답에 맞춰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의구심이 들 때마다 내가 선택한 방식은 고민이 아니라 '움직임'이었다. 머릿속으로 백번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내 의지로 무언가 하나를 저질러보는 것이 삶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26살 이후로 무언가를 배우고, 시작하고, 실행하는 것에 있어 이전보다 훨씬 과감해졌다. 물론 매번 쉬웠던 건 아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때로는 망설인다. 하지만, 예전처럼 생각만 하다가 포기하는 일은 없다.
원하는 게 생기면 일단 몸부터 움직인다.
내가 이렇게 실행 중심적인 사람이 된 데에는 23살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23살까지의 나는 시키는 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정해진 길로만 가다 들어간 첫 직장에서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3년 간 고민한 끝에 사표를 던졌고, 처음으로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승무원’ 준비를 시작했다.
내 의지로 내린 첫 번째 주도적인 선택이었다. 치열하게 준비해 합격을 손에 쥐었을 때, 나는 단순히 직업을 얻은 게 아니라 내 인생을 스스로 주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때의 경험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실행력의 뿌리가 되었다.
최근 도전했던 대학원 입시에서 ‘불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붙을 줄 알았기 때문에 의아했다. 처음에 화면에 뜬 결과를 확인했을 때는 마음 깊은 곳에서 저항감이 솟구쳤다. ‘거기 아니면 학교가 없나?’ 하는 삐딱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저항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다시 도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걷어내고 나니 비로소 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불합격이라는 결과는 내가 왜 그곳에 가야 하는지를 더 명확하게 만들어주었다. 면접 장면을 하나씩 회고하며 전략을 다시 점검했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다음 면접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했다.
나에게 실행은 성공 아니면 '다음 수', 이 두 가지뿐이다. 이번 결과는 실패가 아니라, 다음 판을 더 잘 짜기 위한 정보가 하나 더 쌓인 것뿐이다. 이 결과가 내 성장을 멈추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목표를 더 뾰족하게 다듬어주었다.
많은 사람이 시작조차 못 하고 제자리걸음을 한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망하면 어쩌지?’라는 질문을 너무 많이 던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23살의 내가 그랬듯, 진짜 인생은 안전한 고민 밖에서 시작된다. 잃을 게 없다는 걸 알면 시작은 아주 쉬워진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가끔은 '한번 질러보는' 그 산뜻한 가벼움을 꼭 누려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