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능력과 경험이 무기가 되는 방법

나처럼 애매한 사람이 또 있을까?

by 희원다움
나는 참 애매한 사람이다.


간호사로서 내 일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었지만, 임상 지식만으로 나를 설명하기엔 어딘가 부족했다. 내가 경험했던 다양한 진로 경험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유명한 진로 강사들처럼 탄탄한 이론이나 화려한 필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SNS를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숫자로 증명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다.


나는 간호사로서도, 강사로서도, 크리에이터로서도 전문가가 되기엔 늘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스스로가 의심스러워 매일 아침 "너무 집착하거나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게 하루를 보내게 해 달라"라고 기도하곤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내 무의식은, 시험공부를 안 해 쫓기는 꿈을 자주 꿀만큼, 내가 선택한 이 모든 일(본업, 진로강의 콘텐츠 생산)에 절실했다.


'즐긴다'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지도자가 말하는 즐기라는 의미는 적당히 놀면서 하라는 말이 아니다.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 잘하고 싶어 달려드는 선수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하는 말이다.
-책 '레전드는 슬럼프로 만들어진다'

책 속 레전드 야구선수들이 말하는 '즐긴다'라는 의미는 내가 생각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유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 일에 100% 몰입하는 자세였다. 슬럼프라는 처절한 고통 앞에서도 피하지 않고, 그 일을 끝까지 해내기로 선택하는 묵직한 책임이 느껴지는 사랑이었다.

머릿속이 맑아졌다. 내가 그토록 괴로웠던 이유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100% 몰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안의 강박과 스트레스는 사실 이 일을 끝까지 잘 해내고 싶어 하는 강렬한 에너지였던 것이다.


책을 읽고 분명해진 건, 이제는 ‘xx전문가’라는 명사에 갇힐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저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에서 의미를 찾고, 기록하고, 나누는 그 과정을 사랑하고 즐기고 있었을 뿐이다.


병원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매일 사람을 마주하며 겪는 경험,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발견하고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 그리고 그 생각이 누군가에게 닿아 변화를 일으키는 에너지. 이 역동적인 흐름 자체가 바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증거였다.

"희원님 덕분에 생각이 바뀌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느꼈던 그 효능감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나의 진짜 모습이었다. 결과가 바로 보이지 않아 초조했던 시간들은, 단단해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만 하는 '슬럼프'라는 성장 구간이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는 이제 나를 애매한 사람이라 부르지 않는다. 'xx전문가'라는 타이틀보다, 일상의 경험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오늘도 나의 경험을 구슬로 꿰어 보배로 만드는 이 하루를 사랑한다.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이다. 그 ‘시간’이 쌓이면, 애매함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당신만의 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