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4번 바꾸고 나서야 깨달은 것

by 희원다움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직장 동료와 카풀을 한다. 함께 출근하던 어느 아침, 그녀가 물었다.


"크리스랑 메리 일하는 거 어때요?"


며칠 전 두 사람이 동료 책상에 컴퓨터를 설치하는 걸 도왔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미 둘의 일하는 스타일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크리스는 딱 봐도 일을 야무지게 처리하는데, 메리는 착하지만 일머리는 좀 부족해 보여요."

그 말을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주 단순한 작업에서도 그 사람의 일하는 방식과 실력은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컴퓨터 선 하나 정리하는 모습만 봐도 그 사람의 일머리가 통째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소한 일을 처리하는 디테일이 그 사람의 실력 그 자체였다.


내가 '물경력'이었던 이유

돌이켜보니 내 직업이 4번이나 바뀐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나는 '사소한 일'들을 하찮게 여겼다. 프로그래머부터 승무원, 간호사까지 여러 일을 거쳐왔지만, 어느 정도 업무가 손에 익어 '적당히' 할 수 있게 되면 그 이상의 디테일을 고민하지 않았다.


승무원으로 일하던 시절, 내 성장은 '합격'과 동시에 멈췄다. 비행이 없는 시간엔 침대에 누워 한국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로 올라갈 기회가 있었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승무원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것 외에,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이어갈지는 단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밀도 없이 3년을 보내고 나니, 이직할 때 살릴 경력이 하나도 없었다. 그 당시엔 내 태도가 문제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오히려 승무원이라는 직업 자체가 전문성이 없는 일이라며 '업'을 탓했다. 모든 것이 허송세월하며 시간을 보낸 내 과오였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나만 이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금 있는 곳에선 배울 게 없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퇴사를 고민한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환경일지라도, 가 무언가 하나를 스스로 개선해 본다면 그 경험은 오롯이 내 실력이 된다. 회사가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업무의 주도권을 쥐고 내 가치를 '증명'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거창한 혁신이 아니어도 좋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업무 매뉴얼을 내가 보기 편하게 업데이트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시키는 일만 적당히 쳐내고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이왕 하는 거 내가 나중에 써먹을 수 있게 데이터 하나는 남기자"는 마음으로 일의 주도권을 가져오자.

회사의 비전이 없어서 혹은 업무가 나랑 맞지 않아서 그만두는 게 아니라,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는 확신이 들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커넥팅 더 닷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커넥팅 더 닷'은 점만 많이 찍는다고 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점 하나하나가 선으로 이어질 만큼 충분히 단단하고 깊었는지가 핵심이다. 만약 승무원 시절의 내가 서비스의 깊이를 더했거나 나만의 업무 방식을 고민하며 단단한 점을 찍었다면, 나의 경력은 끊기지 않고 다음 단계로 이어졌을 것이다.


경력의 밀도를 쌓는 법

1. 경력기술서와 이력서 수시로 업데이트하기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글로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내 일의 무게를 파악할 수 있다. 단순히 '한 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숫자로 혹은 객관적인 언어로 치환해 자신의 경력을 스스로 점검해 본다.

2. 나만의 업무 매뉴얼 기록하기

회사가 정해준 가이드를 넘어, 어디를 가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나만의 '일하는 방식'을 매뉴얼로 남긴다. 이 기록은 업무의 전문성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근거가 될 것이다.

3. 현재의 업무를 '포트폴리오'로 만들기

업무를 할 때 발견되는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찾아내 아이디어를 보태고 직접 개선해 본다. 나만의 해결 방식을 적용해 성과를 낸 경험은, 나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다.


나는 10년의 경력을 쌓을 것인가, 아니면 1년의 경력을 10번 반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