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갖는 법
코칭을 하다 보면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의 고민을 종종 듣게 된다. 연차가 쌓일수록 실질적인 내공보다는 '물경력'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며, 다들 '전문성'을 갖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 고민 끝에 몇몇은 소위 전문직이라 불리는 의사나 변호사, 약사가 되기 위해 다시 공부를 해볼까 고민하기도 한다. 혹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고 준비 기간이 짧은 간호학과 편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전문직이라는 타이틀이 내 경력의 불안을 해결해 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적으로 전문직은 '장기간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습득한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직업'이라 정의된다. 나 또한 간호학을 공부하며 체계적인 지식, 장기간의 교육, 자율성, 윤리강령을 갖춘 것이 전문직의 요건이라 배웠다.
하지만 10년 차 간호사인 나는 의문이 생겼다. 과연 면허증을 가진 모두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까? '전문성'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일까?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업을 가진 사람들조차 정작 자신의 전문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증'이나 '학위'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력’에 대한 갈증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자격을 가졌다고 해서 전문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어떤 문제를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느냐를 살펴봐야 한다.
얼마 전 장항준 감독이 유퀴즈에 나와 이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는 결혼 후 수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의 간곡한 권유로 "경주에 임신을 기가 막히게 잘 시키는 한의원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아내와 먼 길을 내려갔다.
그곳 한의사는 절실한 마음으로 찾아온 부부에게 3개월 치 약을 지어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혹시 약을 다 먹기 전에 임신이 되면, 남은 약은 가져오세요. 남은 분량만큼 돈으로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약값을 환불해 주는 한의원이라니! 장 감독은 반신반의했지만, 놀랍게도 약을 먹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임신에 성공했다. 그 한의사는 임신이 절실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확실한 노하우,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처방전만 반복하는 한의사는 전문직 종사자일지는 몰라도,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나는 과연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까? 요즘 나의 고민은 예방접종을 맞으러 오는 아이들에게 있다. 주사기만 봐도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들, 병원 문턱을 넘는 것조차 공포인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덜 두려워하며 진료실을 나갈 수 있을까?
지금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스티커와 사탕으로 아이들을 달래고 있지만, 언젠가 나만의 노하우가 더 깊어져 아이들이 트라우마 없이 주사를 맞을 수 있게 된다면, 그건 나만의 전문성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를 많이 가지는 것. 그것이 진짜 전문성이 아닐까? 현장에서 마주하는 아주 구체적인 문제를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 그 과정이 쌓이지 않는다면 10년의 경력도, 전문직이라는 타이틀도 그저 껍데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만의 전문성을 쌓는 법
첫째, 내 눈앞에 놓인 아주 작은 문제부터 정의한다.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주사를 무서워하는 아이를 웃게 할 수 있을까?'처럼 구체적일수록 좋다.
둘째, 남들이 다 하는 방식에 나만의 '한 끝'을 더해 시도해 본다. 나는 사탕을 주는 방식과 타이밍, 그리고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는 멘트를 조금씩 수정하며 나만의 최적안을 찾아보고 있다.
셋째, 그 시도의 결과를 기록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성공했다면 왜 성공했는지, 실패했다면 무엇이 부족했는지 기록하며 데이터가 쌓일 때, 비로소 그 노하우는 누구도 뺏어갈 수 없는 '나만의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