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간호사가 발견한 오래가는 직업인의 태도
선생님, 간호사가 되려면
희생정신이 꼭 있어야 하나요?
고등학교 진로 강의에서 한 학생이 물었다. 나는 그 질문을 아이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희생정신이 뭐라고 생각해요?”
아마 그 아이에게 희생은 ‘나를 깎아내서라도 남을 돌보는 일’에 가까웠을 것이다. 사실 이 질문 앞에 서면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를 검열해 보게 된다.
'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그 정도로 이타적인 사람일가?'
그렇게 자기 마음의 크기를 재보다가 어느새 이 일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지키고 싶은 본능이 직업적 결격 사유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년 넘게 병원에서 일하며 지켜본 결과 일을 오래, 꾸준히 잘 해내는 사람들에게는 희생정신보다 더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피드백을 대하는 태도다.
누군가는 경험을 통해 자기 세계를 계속 넓혀가고, 누군가는 익숙한 방식 안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다음엔 바꿔볼게요.”라고 말하는 유연함, “원래 이렇게 쭉 해왔는데요.”라며 자신을 방어하는 태도. 이 사소한 차이가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의 격차를 만든다.
리더십 멘토이자 작가인 존 맥스웰은 '어떻게 배울 것인가'에서는 이를 ‘학습능력’이라고 말했다. 성장을 결정짓는 건 지능이나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피드백을 통해 기꺼이 변하려는 태도라는 것이다.
어떤 일을 오래, 잘 해낼 수 있는 자질은 거창한 희생정신보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힘, 그런 태도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 어떤 일을 오래, 잘 해내기 위해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까?
나를 깎아내는 희생정신일까? 아니면 나를 다듬어가는 학습 능력일까.
나는 스스로 피드백을 꽤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만들 때의 나를 돌아보면, 나만의 방식'이라는 고집에 빠져 타인의 조언을 선뜻 수용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나 역시 취향을 지킨다는 핑계로 변화를 거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피드백을 듣는 것과 그것을 실제 삶에 적용해 나를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걸 요즘 더 자주 느낀다.
물론 모든 피드백을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배운다는 건, 매번 나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불필요한 고집을 덜어내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를 다듬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희생정신이 없어도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한 학생의 질문은 결국, 내가 어떤 태도로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로 이어졌다. 나는 타인을 돌보는 기술만큼이나, 성장하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배우며 나를 바꿔갈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