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의 마지막 99학번, 빠른 81년생, 생일도 지나 올해 43세가 되었다. 아... 만 나이가 적용되니 42세인가?
뭐가 중하겠는가. 마흔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내 나이를 굳이 인지하지 않고 살기에 몇 살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계산을 해야 한다. 갑자기 '본인 나이에 싱글이라는 개인신상까지' 밝히는 이유는...
지난주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에 '외모관리 꿀팁'이라는 나름 도발적인 내용을 업로드했다. 만물상처럼 이런저런 주제를 업로드하면 안 된다는 유튜브 알고리즘 법칙 때문에 자기 계발 영상만 올렸는데, '화장도 안 하는 사람이 외모관리라니?' 한 구독자분이 나름 신선했나 보다.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나에겐 난이도 상급 질문이다)아니, 결혼도 안 한 사람한테 결혼얘기라니 이런 신선한 요청이?
29세에서 30세로 해가 넘어가던 날, 나는 비행을 하고 있었다. 꿈을 찾겠다고 승무원이 되어 두바이에서 혈혈단신 살고 있었기에 아홉수에 대한 느낌도 결혼에 대한 압박도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수학 공식처럼 모든 친구들이 결혼을 했다.단 한 명, 여전히 싱글인 친구를 제외하고.
결혼 적령기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다. 소셜 데이팅 앱 정오의 데이트에서 미혼남녀 1만 3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혼적령기 1위는 남녀 모두 30~35세라고 응답했으나 2위에 남자는 36~40세, 여자는 26~29세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결혼 적령기에 대해 조사하다, 네이버 연애 카페에서 결혼 적령기에 이별했다는 사연에 달린 댓글을 읽었다. 댓글을 보고 아직도 결혼 적령기에 들어있거나 적령기가 지난 사람들이 결혼을 못할까 봐 노심초사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본인 결혼에 무심한 내가 이상한 건가?'
서른이 되기 전 시집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과 결혼을 해버린 친구가 있다. 늘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실망했지만 '내 사람이 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한 친구는 29살이 되자 그와 결혼을 했다. 하지만 웬걸, 연애 때 그의 배려심은 부족했지만 결혼 후에 배려는 없어졌다고 한다.
'후회해, 그때 나는 서른이 넘으면 시집을 못 갈 줄 알았거든'
후회하는 친구를 본 것과 별개로, 친구들의 결혼 소식에도 별 생각이 없었다. 결혼 적령기라는 시기에 나는, 간호대학에 편입해 10살 어린 동기들을 이겨먹겠다고 학교와 집만 오가며 공부를 했고, 취업 후에는 선배 간호사에게 탈탈 털리느라 내 코가 석자였다.10년 정도 연애를 안 했지만 소개팅이 들어오면 거절한 적은 없었다.다양한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기회이자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비혼주의도 아니다. '빨리 결혼해야지, 어머니 걱정하시겠다. 혼기 넘어서 혼자 있으면 그것도 불효야' 같은 걱정 어린 조언과 받기 불편한 시선은 어차피 개의치 않는다. '좋은 사람이 생기면 당연히 연애도 하고 인연이면 결혼도 하겠지'하는 마음이니까.
연애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라 생각하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소개팅 기회는 줄어들었다. '내 인생인데 남이 소개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에 삶이 안정되었을 때 데이트 앱을 깔았다. 이상한 사람들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충고도 있었지만, 매일 두 개의 프로필을 받아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여러 메시지 중 다행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었고, 그렇게 만난 남자친구와 8년째 연애 중이다.
'35세 넘으면 똥차야, 좋은 사람은 이미 다 채갔다니까?'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학벌, 직업, 연봉, 집안, 이런 조건이 좋으면 좋은 사람인가?, '결혼 적령기', 대체 이 불편한 기준은 누가 만들었을까?
상대방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싶을 때, 나와 상반되는 상대의 모습이 필요하다 느껴질 때, 무엇보다 친구처럼 평생 하고 싶을 때가 결혼 적령기라 생각한다.
8년의 세월 중, 남자친구의 부족한 점이 부각되어 보였고 나와 달라 헤어져야 하나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함께한 지금은 성장 강박이 심했던 내가 여유를 즐기게 되었고 여유만 넘쳐보였던 그는 성장을 하려 노력한다. 시도 때도 없는 그의 아재개그에 눈을 흘겼지만, 자주 들어 익숙해진 탓인지 내가 먼저 개그를 치기도 한다. '지금이 결혼 적령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