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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Aug 30. 2023

미군부대에서 일하다, 숨넘어갈 뻔했다

바빠죽겠는데, 넌 뭐가 그리 여유로와?

매일 느끼는 감정을 글로 표현해 본다. 세줄일기라고 알려진 방법인데, 좋지 않았고 좋았던 일과 그때의 감정을 한두 줄 정도 끄적인다. 쓰고 나면 전날의 감정도 되짚어보는데 매일 겹치는 것이 하나 다.


글을 쓰고 싶은데 안 써져서 '불안하다', 환자가 빨리 와야 되는데 안 와서 '초조하',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바쁜 마음보다 느린 속도 '답답하다'는 감정들이 잔뜩 쓰여있다. 한마디로,


나는 늘 '조급함'에 지쳐 있다


미군부대에서 7년이 넘게 근무하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은 '그들의 '여유로운 국민성(?)'다. 말보다 손이 훨씬 빠른 나는, '빨리빨리' 환자를 조사하려고 부산하게 움직이는데, 그들에게는 여유가 배어있다.



How are you?


나는 이 한마디 우리와 그들의 문화차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감기로 동네 병원을 방문하면 '어디가 아프세요? 체온 잴게요. 드시는 약은 있으세요?'같이 필요한 질문과 대답만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항상 'How are you?'라고 먼저 묻는다. , 다음 환자를 봐야 된다는 생각에 '형식적인 대답'을 하고 말지만, 미국인 동료들은 이 질문으로 환자와 대화의 물꼬를 튼다(스몰 토크를 시작해 버린다)


예전에 나는 일처리가 빠른 한국 사람들 덕분에 병원 돌아간다생각했지만. 한국인들이 빠진 국가 공휴일에도 우리 병원은 잘만 굴러. 늦어지면 좀 늦는 데로, 그들의 여유로운 템포에 맞춰 환자도 의사도 여유로워진다. 


'뭐가 문제야? 퇴근 전까지만 끝나면 되는 거잖아?'


수간호사(미국인); 희원, 바쁜 일 있어?
나: 어, 빨리 환자 데리러 가야 해
수간호사; 그래도 뛰지 마. 너의 안전이 최우선이야
나; (애도 아니고 뛴다고 넘어지냐...) 고마워 ㅡ.ㅡ
-가장 자주 나눴던 대화


사실 외래라 중환도 없고 미친 듯 바쁠 일은 없지만, 나를 포함해 성질 급한 간호사들은 뛰어다니고 때로는 더 많은 일을 맡게 된다. 하지만 칭찬카드를 받는 쪽은 'how are you?'로 환자와 느긋한 대화를 시작한 동료들이니, 억울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그들을 보며 깨달았다.


바쁘게 굴러가는 하루를 무탈하게 잘 살아내는 방법은, 자신의 속도로 여유롭게 걸어가는 것, 이것이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발걸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조급함이 일을 그르친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조급한 결정을 후회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조급함의 원인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불안에 있다. 남보다 뒤처질까 불안한 마음, 끊임없이 다음을 생각하면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삶, 결국 진짜 내 삶을 살아갈 수 없다.


뻔해 보이지만, 조급함을 벗어나는 방법은 '나를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속도를 알아채고 그것을 인정해야 비로소 온전히 자신의 삶을 신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조급한 마음으로 살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좋은 점이 생겼다. 조급함도 나이를 먹는지, 그 강도가 점점 약해지고 있. 그리고 세상 어떤 일도 시간이 흐르면 '별일 아니었구나'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별일도 아닌데 서둘러 뭐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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