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안양에 위치한 평촌고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직업인 특강이 있었다. 학교마다 학생들 특징이 있는데 평촌고 학생들은 말수가 유독 적었다. 쉬는 시간에강의 중 유독 집중하던 친구에게 가서 이것저것 물었더니 고민 하나를 이야기했다.
간호학과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주변 어른들이 다 말려요.
너는 힘들어서 못할 거라고. 하지만 그중 실제로 간호사로 근무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너는 왜 굳이 어른들이 말리는 간호사를 하고 싶어?'
'저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단지 취업이 잘 되거나 전문직이어서 가 아니라, 가장 필요하지만 실제로 갖기 힘든봉사정신을 가진 학생이었다.
간호사뿐만 아니라 어떤 직업이든 돈 버는 일은 다 쉽지 않다. 다만, 간호사는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아픈 환자이거나 아픈 사람들을 보호하는 보호자이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들을 상대하려니 스트레스가 다른 업보다 심할 수도 있다.
그리고 병원에 취업하면 대부분 3교대를 해야 하니 신체적으로도 힘들다. 하지만 환자들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 힘들어도 그 과정에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힘듦을 감수하고 보람을 느끼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신다.
2022년 수원시 청소년 생활실태 및 욕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원에 거주하는 12~18세 청소년 1763명 중 46.8% 비율이 '아직 꿈이 없다'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청소년 2명 중 한 명은 자신의 꿈도 모르는 것도 문제인데 고심해 세운 목표마저 꺾어버리는 어른들의 충고에 이 아이는 어떻게 꿈을 키울 수 있겠는가?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초등학교 교사였던 친척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명절에 친척들이 고등학생이 된 나에게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했다.나는 종합병원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키워온 의사라는 꿈을 커밍아웃하고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받았다.
'니 성적에 의대는 택도 없어. 정신 차리고 간호대나 가'
그때 그분의 표정과 말투가 아직도 생생하다. 머릿속으로는 '날 위해 그랬을 것이다' 생각했지만 원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물론 의대를 갈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갖진 않았지만 '굳이 그렇게 말씀하셔야만 했을까?'
나의 기세를 꺾어버리지 않았다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가능성을 만들어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간호대나 가라'는 말에 간호사는 절대 안 될 거라는 반항심만 커졌다.
목표를 세우고 실현시키기 위한 첫 단계는 '나는 해낼 수 있다'라는 자기 신뢰와 지신감을 갖는 것이다.그런데 이것들을 갖는데 가장 방해되는 것이 주변 지인들의 조언, 충고이다.
참 희한하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꿈이나 목표를 이야기하면 이것을 응원하는 대신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안될 것 같은데..'이렇게 부정적인 이야기로 사기를 꺾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그들은 정말 상대방을 걱정하는 것일까?
물론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은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단지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의 적성이나 능력을 알아보지도 않고, 심지어 본인이 직접 경험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정확한 근거 없이 조언을 하는 게 아이를 위한 길일까?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끝까지 해내게 하는 책임 조력자가 필요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고 있는 선배, 멘토가 그 조력자 역할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누군가의 꿈을, 목표를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대신 소중히 키워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믿어주고 함께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나도 이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