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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en Dec 03. 2021

아들 군대 보낸 엄마

군대에 간다고... vol1

코로나 때문에 밖에도 못 나가고 집콕을 한지 벌써 2년이 가까이 됐네.

더 더욱이  한국이 아닌 필리핀이라 의료시설을 믿을 수 없어, 우리 내외도 더 조심하고 혈기 왕성한 아들을 감시하느라  우리 모두 신경이 날카로웠다. 내가 면역이 약해 사흘들이 감기를 달고 사는 탓이기도 했다. 이 더운 나라에서 감기라니 아이러니하다. 가족이라고야 달랑 셋이지만 각자의 할 일을 하며 서로를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내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뭘 하는지 노트북만 끼고 사는 아들이 웬일로 아침 일찍? 9시쯤에 일어나 날 부른다.

"Mommy."

" 오, 아덜...웬 일이야? 이렇게 일찍..?"

"나 군대 갈래."

"어........."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군대라니..

이제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활이라고는  방안 노트북 앞에서 보낸 것이 전부인 천둥벌거숭이다. 세상도 모르고 암 껏도 모른다.

딴에는 인터넷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도 하는 것 같았지만, 그거야 고등학교 때도 하던 일이라 사회생활이라 볼 수도 없고.


"Mama!!!!"

대답을 안 하니 아들의 새된 목소리가 내 생각을 비집고 들어온다.

"나 군대 가고 싶다고, ㅇㅇ도 간다는데 나도 갈래."

무슨 옆집에 놀러가고 싶다고 하는 것처럼 말하네..

아들이 하고 싶다는 일에 딱히 반대를 해 본 적이 없는 우리 내외는 심각해졌다.


일손은 바쁘고. 머릿속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잠깐만." 했다.

팬더믹이 시작되고 벌이가 없는 우리 가족이 시작한 것은 한국 집밥이었다. 한류 덕분인지  가게 없이 집에서 만들어 배달하는 일이 제법 괜찮아, 생활비는 근근이 벌고 있었다.

미리 예약되어 있는 음식들을 만들면서 계속 머릿속은 복잡하게 엉클어져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오전 장사가 끝났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배달을 끝으로 설거지를 마치고 잠깐 식탁에 앉으니 벌써 1시가 다 되어간다.


일어나면 두세 시간은 지나야 음식이 생각나는 아들이니 점심을 처려줘야겠다. 아들은 탄수화물은 조금만 먹고 야채와 단백질 위주로 밥을 먹는다.

귀찮지만 두부를 삶고,  닭가슴살을 꺼내 구웠다. 머릿 속이 복잡하니 이것도 일이라고 귀찮다.

같이 앉아 식사를 하지만 이내 아들은  게눈 감추듯이 초스피드로 먹고 일어선다.

"Thank you. Mama."

저놈의 땡큐는 heart가 없어.

방으로 쑥 들어가 버리는 아들,

 엉뚱하고 재미있는,  텐션이 높은 아들이 좀 변했다.


언젠간 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언제가 지금일 줄은 몰랐다

 아들이 군대에 갈 때 나도 같이 한국에  들어가, 늘 배우고 싶었던 떡 만드는 법도 배우고, 아들 군 면회 다니면서 한국생활에 좀 적응해 볼 요량이었다.

제대하고 나면 아들은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할 것이고  대학원은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싶어 해서 아들을 보낼 때쯤은 우리도 한국에서 터를 잡으리라 생각했었다.


우리의 모든 계획이 어그러진 것은 펜더믹때문이라 하더라도, 나는 내 아들을 돌보지 못했다.

 반백년쯤 살면 삶이 쉬워질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불쌍하다. 안됐다 하면서도 내가 입은 충격이 너무 커, 아들의 상처 헤아리지 못해, 다들 그러니까 너도 참아 라는 맘으로 아들을 방치했다. 내 잘못이다.

졸업 선물,  졸업식도 없고, 졸업파티를 위해 새로 산 양복도 옷걸이에서 대롱거리고 있다.

입학식도, 같은 대학 친구도 만나보지 채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지독하게도 어려운 시간들이었다.

아들이나 나에게나... 세상의 모든 범인들에게 슬픈 시간이었다.  


 이렇게 떠밀리듯이 보내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준비가 안되어 있어 덜컥 겁이 났다.

우리가 이럴지언데 넌 어떨까 생각해 보니 끔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이미 나 있었다. 


저 똥고집을 누가 말리겠어.

내키진 않지만,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집안에만 있는, 있어야만 하는  미치기 직전의 아들을 탈출시키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 탈출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어 공부를 시켜야 하므로, 아들의 신경질을 받아 줄 내 마음의 준비도 물론 필요하고...


한국어 수준이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이다. 아마 요즘 1학년도 우리 아들보다는 나을 듯하네. 

필리핀에서 프랑스인 친구로 인해 유치원부터 3년을 프랑스 학교에 보냈으니, 그즈음에 한글 공부를 놓쳤다.

지금 와서 후회한들 뭔 소용이 있나. 게으른 어미 탓을 해야지.


남편과 리스트를 만들어 아들에게 보여줬다.

1. 한국어 연습을 할 것

2. 한국어 연습을 더 열심히 할 것

3. 한국어 연습을 정말 열심히 할 것


남편의 말에 의하면

아들의 엉성한 한국말로 군대 가면 맞아 죽기 딱 좋다고 한다.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던데."

 "군대는 군대야." 한다.

이해는 안 가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아들의 말이 가관이다.

"난 한국 사람이고, 한국인 DNA가 있어 금방 잘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언어에 대한 탈란트가 있어서 남보다 빠를 거야. 날 믿어. mommy." 한다.

언어 습득력이 좋은 건 맞다. 지금도 영어, 불어, 따갈로그는 네이티브 수준이고, 한국어, 중국어로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된다. 하지한국어도 잘 모르는데, 군대 용어까지.... "헐...."두고 볼 일이다.


헛웃음만 나네.. 우유 먹고, 양말 입고 그러면서 언제 고치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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