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이석증

by 레인보우 미

새벽인 것 같다. 갑자기 속이 울렁인다.

'나는 잠들었는데 왜 이러지?'

눈을 뜬다. 세상이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어디일까? 왜 나의 세상은 다 뒤집어지고 있을까?’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너무 무섭고 공포스럽다. 울음이 난다. 숨도 쉬지 못할 것 같다.

“아아......아아......”

“엄마, 왜 울어...? 어디 아파?”

딸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아이가 놀라고 있다.

“괜찮아. 엄마가 꿈을 꾼거야. 엄마 화장실 좀 다녀올게...”

정신을 차리고 싶다. 지금 나는 정신을 차려야만 한다.

'나는 할 수 있다. 사람이 어지러운 날도 있는거다.'

나는 가끔 몸이 지쳐 힘들때면 어지럽곤 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심한 것 같지만 그럴수도 있는거다. 정신을 차리면 괜찮아진다고 내게 말한다. 일어나서 벽을 잡고 천천히 걷는다. 세상은 계속 오르락내리락 뒤집어지고 있다. 차라리 눈을 감는다. 집 안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는 할 수 있다. 벽에 손을 대고 걷는다.


남편이 잠든 방으로 천천히 발을 옮긴다. 머리가 너무 울리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이 끝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 공포스러움은 무엇일까?'

괜찮아지고 싶다.

'아이들에게는 내가 필요하다'

정신을 놓지 않겠다고 계속 되뇌인다. 드디어 남편이 자는 방에 들어왔다. 남편이 모기장 안에서 잘 자고 있다. 겨우 쇼파에 몸을 뉘운다. 이제 다 왔다. 머리가 더 심하게 빙빙 돈다. 세상은 뒤집어지고 있다. 이 방 안에서는 마음을 놓아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아파...세상이 빙빙 돌아...마구 뒤집어져...너무 무서워...”

“눈을 감아. 그럼 진정될거야...이석증인가봐,..그냥 누워있어...”

“누워있어도 세상이 돈다고...머리가 이상해...내 마음대로 몸이 되지 않는다고...”

“아빠도 얼마 전에 그러셨어. 그러니까 이따 병원가. 혼자 가지 말고 꼭 장모님 오시라고 전화해서 같이 가.”

“애들 학교 가야 해 그러니까 일어나서 애들을 챙겨! 또 자지 마! 지금 난 너무 무서워...”

눈을 감고 정신을 차려보려고 한다. 숨을 계속 내쉬어본다. 괜찮은거 같기도 하다.

시계가 보인다. 다섯 시다. 그냥 잠깐 어지러운건가... 지난번처럼 잠깐 어지럽고 괜찮은건가보다...내가 더운 나라에 가서 너무 고생을 하고 온거다... 며칠 전 시댁 식구들과 함께 다낭에 다녀왔다. 다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웠다. 그래서 내가 더위를 먹었나보다. 그래서 그런거구나 생각한다. 온갖 생각을 다하며 눈을 감고 있다보니 시간이 한참 흐른 것 같다. 울렁거림도 덜하고 이제 괜찮아졌으니 아이들을 깨우러 가야겠다. 남편은 다시 잠들었다. 잠에 취해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시계를 본다. 일곱 시 반이다.

딸이 잠든 침대로 간다. 아까 놀라게 했으니까 간지럼을 태우면서 깨워야겠다.

“이제 일어나, 학교 가야지...”

기분이 이상하다, 다시 울렁거린다. 세상은 다시 빙빙 돌고 뒤집어진다... 참을 수가 없다.

“가서 아빠를 깨워서 데려와”

남편이 왔다. “세상이 다시 돌아...토할거 같아...아이들 학교가야해. 오늘은 아빠가 애들을 챙겨서 보내...일어날 수가 없어...그냥 누워있을게...”

남편이 아이들을 깨운다. 엄마가 깨울 때는 몇 번을 불러도 반응이 없더니 아빠가 깨우니 금방 “네...” 하는 것 같다. 점점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빨리 학교에 가면 좋겠다. 나는 내 자신이 진정되도록 정신을 차리기로 한다. 아까보다 빨리 어지러움증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 내일은 내 생일이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는데 어떻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걸 보니 괜찮아지고 있는거 같다.


깜박 잠이 들었다. 아홉시다.

"카~톡"

<브런치 카페에서 만나. 지금 나 버스타고 출발했어.>

"카~톡"

<차가 밀려. 사고가 난거 같아. 조금 늦을지도 몰라. 먼저 들어가 있어.>

친구들이 모두 출발했다고 한다.

'바람을 쐬면 괜찮아질거야. 어지럼증이 처음도 아닌데 우선 준비하자.'

여전히 머리가 무겁지만 옷을 입고 얼굴에 팩트도 바른다. 어제 들었던 가방을 맨다. 신발도 신는다.

'계단을 잘 내려가자. 바람쐬면 괜찮아진다.'

바람을 쐬고 걸음을 걸으니 정말로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택시를 불러야겠다. 오늘따라 택시가 안 잡힌다. 그럼 버스 정류장에 가야지. 약속 장소에는 마을버스는 안 간다. 다시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계속 걷다보니 조금씩 머리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버스가 온다. 버스를 타자마자 버스카드를 찍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힘이 없을까.

'정신을 차리자. 또 어지러우면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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