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증
친구들을 배웅하며 손을 흔들고 다시 계단을 오른다. 안방까지 가기 너무 힘들다. 거실에 그냥 눕는다. 시계를 본다. 12시다. 그런데 또 속이 울렁거린다.
'먹은 게 별로 없는데 왜 그러지? '
혹시나 싶어서 병원에 전화를 걸어본다.
“제가 어지러워서요, 이석증인지 확인하고 싶은데 선생님 지금 가도 되나요?”
“오늘은 12시 30분까지 오셔야 해요. 일찍 문 닫아요.”
병원에 다녀오는게 결정했다. 어지럼증 약도 받고 혹시 모르니까 이석증 검사도 해야겠다.
'남편이 엄마랑 같이 가라고 했는데 전화를 할까'
아니다. 엄마는 오늘 일이 있다고 했다. 하필 오늘 정화조 청소 예약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라기보다는 엄마가 걱정할텐데 그냥 혼자 가는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석증이 아닐수도 있고 큰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혼자 잘 다녀오면 되는데, 유난떨지 말자.'
가방을 다시 맨다. 계단을 내려간다. 눈 앞이 침침해지는 것만 같은데 전화까지 온다.
“너 또 어디가니?”
“목이 좀 아픈거 같아. 이비인후과에 갔다오려고”
“더운데 계속 돌아다니지 말고 빨리와”
“엄마, 그만 끊어”
햇빛이 따갑다. 내 몸은 이상하다. 똑바로 걷지 못하고 붕 뜬거 같다. 더 천천히 걷는다. 또 이상하다.
'왜 또 속이 울렁거리는 거야. 이러다가 길에서 쓰러지면 안되는데.'
또 그 생각이 든다.
'내가 없으면 아이들이 엄마 없는 아이가 된다. 내가 없으면 엄마랑 아빠랑 어떻게 하지? 내가 없으면 남편은 일하고 애들 키우느라 힘들겠지...'
쓸데없는 걱정을 가득하고 나는 겨우겨우 걸음을 걷는다.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는거야.'
정신차리고 병원에 가야지. 오늘 참 마음이 이상하다. 지쳤나보다. 병원 다녀와서 밥을 다시 먹어야겠다.
“선생님 저 왔어요. 안 늦었지요?”
“앉으세요. 언제부터 어지러웠어요?”
“오늘 새벽에요 그리고 괜찮았다가 아침에 또 그랬어요. 그런데 계속 머리가 무거워요. 머리가 부은 거 같기도 하고 세상이 빙빙 돌아요. 자꾸 뒤집어져요.”
“이석증 맞는거 같아요. 걸어올 때부터 이상했어. 혼자 왔어요?”
“네 혼자 왔어요”
이것저것 검사를 한다. 정신이 더 없다.
“침대에 이제 누워요. 새벽처럼 세상이 뒤집어져요. 아마 더 심할거예요. 토할 거 같으면 토해도 되요. 그래도 참고 이석을 제자리로 보내야 되요. 오늘 다 못하면 다시 와야 하니까. 열심히 해봅시다.”
침대 끝머리에서 머리를 내리고 의사 선생님이 손이 닿자마자 아침의 공포가 다시 시작된다.
“너무 무서워요. 떨어질거 같아요. 선생님!”
“안 떨어져요. 몇 번 더 해야하니까 정신을 놓지 마세요”
간호사 선생님이 손을 잡아주신다. 그 손을 놓칠까 꼭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