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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소곤 Dec 28. 2024

소아과간호사는 매일 거짓말을 한다

65일차 나는 피노키오다


아이들 혈관주사를 놓는 일은 나의 업무 중 하나다. 액팅간호사인 나는 오늘도 환아들에게 말한다.



보기만 할꺼야.
묶어만 볼께.
알콜솜으로 닦으면 더 잘 보이더라.
따끔할꺼야.

금방끝나.


이렇게 거짓말을 한다. 보기만 할꺼면 왜 처치실로 오라고 했겠니. 묶긴 왜 묶겠어. 피부소독은 알콜솜으로 하고. 이제 찌르기만 하면 된단다. 생각보다 안 아프지만, 생각보다 무섭지? 나도 어른인데 아직도 주사맞기는 무서워. 금방 끝난다는 마지막 말만 사실이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상대는 협조가 안되는 소아인 경우이다. 수액을 맞아야하는 이유를 아는 경우의 대화는 다르다.



고무줄 묶을 때가 조금 아파.
소독하고, 주사로 찌를 때만 잠깐만 아파.
너무 무서우면 울어도 되는데, 팔은 절대 움직이면 안돼. 마음의 준비 한번 하고 이제 한 번 해볼까?


이런 식으로 조금은 인간적이다.


요즘은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시대이지만 소아과의 환아치료에서는 환아의 의견은 존중받기 힘들다. 주사를 안 맞겠다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했다가는 치료가 쉬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보면 약을 안 먹는다고, 주사를 안 맞는다고 하는 환아들의 의견보다는 얼르고 달래서 치료를 하는 편이 환아입장에서 더 유리한 것을 나는 안다. 그리하여 오늘도 거짓말을 했다. 아마도 병원에서 소아과 간호사로 일을 계속 하는 한은 거의 매일 거짓말을 할 것 같다.


이러다가 피노키오가 될 것 같다. 내 코 무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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