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아니, 살면서 경험한 것 중 너무 강렬한 기억이어서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다.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다 해도, 아마 내가 눈을 감는 그날까지도 이날의 기억은 오래도록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날은 아침 햇살이 유난히도 밝았던 2025년 5월의 어느 봄날이다.
여느 날처럼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물을 머금은 솜 자루 같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아침 8시가 넘어 끝나는 나이트 근무 후 집에 도착하면 나를 반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남편은 회사로, 아이들은 학교로 각자의 길을 모두 떠난 후다. 그저 쓸쓸하게 빈집만이 나를 반길 뿐. 너무 조용해서 적막마저 흐른다.
오늘은 다르다. 조용한 빈집에 나를 반기는 손길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거실 한가운데 묵직하게 자리 잡은 택배 상자. 어제 남편이 받아둔 택배다. 도착한 택배 상자는 언제나 반갑다. 오늘의 택배는 유독 특별하다. 묵직한 상자의 겉면에 ‘도서’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분명 나이트 근무를 끝내고 온 나다. 방금까지 천근만근의 무거운 몸이었는데 갑자기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책이 도착했다. 내 책이 말이다. 부랴부랴 커터 칼을 준비해 조심조심 상자를 뜯어본다. 나도 모르게 상자를 여는 손이 살짝 떨려온다. 택배 상자 한두 번 뜯어보는 것도 아니면서 오늘따라 심장은 왜 이리 나대는지 모르겠다. 이렇게나 심장이 두근거리던 때가 언제였던가. 불혹을 지나 나이의 숫자가 커질수록 현실의 어지간한 일에는 무덤덤하게 반응하던 내가 아니던가. 이런 나에게 다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있었는지 잊고 살았나 보다.
혹시라도 구겨질까 조심조심 책 한 권을 꺼내어 표지를 만져본다. 표지에 정확히 내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전선자 지음’이라고 또렷하게 인쇄된 글씨는 에폭시 처리가 되어 책 표지에 볼록하게 도드라졌다.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이다.
내 책이 집에 왔다. 이 감격스러움은 마치 금방 태어난 아이를 마주하는 그것과 같다. 열 달 내내 품고 있던 아이를 낳고 처음 집에 오던 날처럼 말이다. 나 정말 고생했구나. 이렇게 예쁜 책을 만나려고 그동안 애썼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다.
신생아를 낳으면 기본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 사정을 한다. 혹시 모를 기형은 없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온몸 구석구석을 살핀다. 우리 집에 온 내 책도 살펴봐야 한다. 혹여 오타라도 있는지, 인쇄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책장을 조심스레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정말 내가 책을 냈구나. 다시 보아도 믿기지 않는 순간이다. 그동안의 피곤함과 힘듦도 햇살 아래 쌓인 눈처럼 스르르 녹아내렸다.
이 책은 평범한 책이 아니다. 그동안 노력의 결실, 그 자체다. 하나뿐인 버킷리스트에 새겨두었던 말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평범한 워킹맘이었던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해 브런치 작가가 되고, 결국 책을 내기까지의 지난 여정을 그렸다. 첫 책, 『나는 다시 출근하는 간호사 엄마입니다』를 출간했을 때,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경험을 했다.
첫 책을 출간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글쓰기의 즐거움과 첫 책 출간의 설렘, 그 사이의 불안과 좌절 그리고 두 번째 책을 향한 마음까지 이 책에 전부 담았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모든 분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싶다. 누구나 마음속 깊이 숨겨둔 꿈이 있다. 글쓰기라는 작은 씨앗이 습관을 통해 싹을 틔우고, 마침내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과정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꿈은 결코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마음속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간을 쪼개어 꾸준히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당신의 꿈도 현실 속에서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글 한 줄, 잠깐의 시간, 꾸준한 습관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 낸다. 나는 그 변화를 직접 경험했고, 이제 이 이야기를 통해 당신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싶다.
이제 함께, 내 안에 피어나기 시작한 꿈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당신의 마음속에도 언젠가 피어날 작은 씨앗이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의 페이지를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