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이 도착한 건 다음 날 오후 3시쯤이다. 이브닝 근무에 출근해 한참 일에 집중할 시간이다. 근무 중 휴대전화는 언제나 주머니 속에 있다. 자그마치 20여 년 전, 그러니까 결혼 전 신규 간호사일 적에는 근무 중 휴대전화는 사물함에 두어야 해서 온갖 연락을 다 놓쳤다. 그래도 요즘은 근무 중에 휴대전화를 갖고 있기는 하다. 언제나 진동 상태인데 가끔 드르륵 진동이 주머니에서 울려댄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있는 환자를 간호하느라 울려대는 진동은 언제나 무시되기 마련이다. 진동이 멈추었다. 근무 중이기에 하던 일을 마저 한다. 눈앞에 할 일이 쌓여 있다. 주머니 속의 진동은 기억에서 금세 잊히기 마련이다. 이렇듯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의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간다.
어느 직업이나 근무 중에 약간의 쉴 틈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 환자들의 간호가 이루어져 이제 한숨을 돌려볼까 하던 중이다. 시곗바늘의 가장 짧은 바늘이 숫자 5를 넘어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전화를 꺼냈다. 의미 없는 잠깐의 시간을 보내려던 참이다. 일단은 울려대는 카톡, 문자, 이메일 등의 확인이 먼저다.
어이쿠! 그제야 내가 너무 중요한 연락을 그냥 넘겼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엄마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비명에 급하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간호사가 병원 근무 중에 비명을 지르면 어쩌란 말이냐. 그것도 병원 계단에서 말이지. 놀란 가슴은 진정되지 않아 두근거렸다. 너무 놀라 눈가에 이슬 같은 액체가 살짝 맺히려고 했다. 정신 차려야 한다. 지금은 근무 시간이야. 가라앉아지지 않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다시 한번 차분히 알람 이메일을 확인했다.
이미 본 적이 있다. 녹색 창에 검색하면 합격하신 선배 작가님들이 받은 이메일의 캡처 사진을. 그들이 인터넷에 공개하여 합격 이메일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을 나도 받은 것이다. 병원 안은 히터가 작동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내 몸은 닭이 된 것인 양 팔에는 닭살이 돋아났다. 브런치스토리 본사에서 보낸 이메일에는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며 소중한 글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작가님’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설레는 말일 줄이야. 내 이름 앞에 붙은 그 두 글자가 낯설고도 기분 좋으면서 가슴이 벅차오른다.
평상시 같으면 이브닝 근무가 끝난 후 집에 오면 잠잘 준비를 하라며 아이들을 각자의 방으로 몰아넣곤 했다. 오늘은 아이들보다 내가 할 말이 더 많다. 잘 시간이 다 된 아이들을 붙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얘들아, 엄마 이제 작가래. 브런치 작가.”
1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거봐요. 될 줄 알았어요.”
용기 내서 한마디를 더 했다.
“엄마 책도 한번 써 볼까?”
나조차도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다. 잘할 수 있을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을 붙들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참.
“계속 열심히 해보세요. 열심히 하면 된다면서요.”
역시나 나에게 희망을 주는 1호답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귀를 통해 다시 들려오는 1호의 이야기에 정신이 번쩍 든다.
그동안 끄적였던 글을 객관적으로 읽어줄 편안한 사람이 없었다. 괜한 이야기를 했다가 핀잔을 듣는다거나, 이 나이에 무슨 글을 쓰냐며 걱정을 빙자한 내 꿈을 꺾는 이들을 만날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다 눈에 띈 사랑하는 딸 2호가 보였다. 아직 초6이지만 많이 성숙했고 같은 여자로서 공감대가 잘 맞는다. 특히 그동안의 내 글과 브런치 작가 승인 신청을 위한 글을 제법 읽어본 2호다.
“난 엄마 글이 제일 재밌어요.”
“정말이야? 고마워.”
이런 말을 들으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침대에 누워도 잠이 쉬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오늘부터 진짜 작가다. 이제부터 브런치에 마음껏 글을 올릴 수 있어. 내일은 무슨 글을 쓸까? 이런저런 괜한 생각에 피곤한 마음은 멀리 달아나 버렸다.
이때까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내 마음의 씨앗이 브런치라는 정원에 씨앗을 내리고 그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