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버튼을 누르던 순간

by 소곤소곤

오늘은 브런치에서 쓰는 특별한 용어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내가 쓴 글을 브런치스토리 홈페이지에 올리는 과정을 ‘발행’이라고 부른다. 좀 더 정확히는 내가 쓴 글을 브런치의 모든 사람이, 아니 브런치를 통해서 세상의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게시하는 것을 발행이라고 부른다.

이 얼마나 떨리는 순간인가. 내가 쓴 글을 나만 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쓴 글을 나만 보는 것이었다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비밀의 글이었다면 그것은 자물쇠가 채워진 서랍 속에 꼭꼭 숨겨둔 일기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성격상 ‘공적인 글’이다. 사실상 작가라고 불리고 싶은 우리는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어 한다. 브런치는 비록 말이 아닌 글이지만, 글에 스피커를 달아 온 세상에 내 목소리를 울려 퍼지게 해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 파급력은 글마다 작을 수도, 클 수도 있다. 누군가는 글 발행을 커다란 용기라 표현하기도 한다. 브런치에서 글쓰기란 단지 글을 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발행 버튼을 누르는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 밖으로 내 글이 뻗어나가려면 작지만, 큰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던 날의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이 섞여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다. ‘누가 내 글을 읽어줄까?’, ‘혹시 아무도 관심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치 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처럼 말이다. 마치 어울리지도 않은 커다란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는데 실내화는 혼자서 잘 갈아신을지 교실은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이는 별생각이 없는데 부모만 안절부절못한다. 그때 느끼는 심정은 불안함 그 자체일 테니까. 내 글을 세상에 내보내려는 그 순간 손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떨림이 느껴진다.

처음 발행 버튼을 꾸욱 눌렀을 때 심장의 요동침을 느꼈다. 비록 작은 글이지만 그것은 내 안의 꿈이 현실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아이처럼 비로소 한 발짝을 내디딘 것이다. 화면에 글이 올라가는 순간 비로소 자신을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처음 받은 댓글 한 줄, 1명의 공감이었지만 그 한 줄은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였다.

홀로 써 내려가는 글은 힘이 없다. 누군가 읽어주었을 내 생각은 널리 퍼진다. 그리고 브런치에서처럼 누군가 공감해 주고, 댓글로 의견을 달아준다면 내 글은 죽은 글이 아니라 연어의 팔딱거림을 가진 생생한 살아있는 글이 된다. ‘내 글이 의미가 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깨달았다. 글쓰기는 혼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라는 것을.

이후로 글을 발행할 때마다 느껴지는 작은 설렘과 긴장감은 글쓰기를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설렘과 떨림 속에서 조금씩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매일 글을 쓰는 힘을 길러가고 있다.

아주 조금씩 글이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미세하지만 삶의 작은 변화를 느낀다. 첫 글을 발행하고 며칠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브런치를 들여다보았다. 누가 내 글을 읽었을까, 혹시 새로운 댓글이 달리지는 않았을까. 아주 짧은 문장의 단순한 글도 좋다.

“잘 읽었습니다.”

라는 인사만으로도 오래도록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으니까. 그 작은 반응이 나를 매일 글 앞에 앉게 만든다. 댓글이 달리지 않더라도 ‘좋아요’ 하나가 보이지 않더라도 글을 쓰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전해지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일 자체가 내게 위로가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재운 늦은 밤 조용한 거실에 홀로 앉아 글을 쓸 때면 하루의 무게가 가볍게 내려앉는다. 병원에서 일하느라 지친 날에도, 생각이 많아 마음이 복잡한 날에도,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오직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글은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채우는, 부산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 하는 작은 쉼표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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