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매일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 날은 피하려 해도 반드시 찾아오더라. 몸이 너무 아파 노트북을 켤 기운도 없다거나 아이가 너무 아프거나, 집안에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다거나 너무 많은 피로가 쌓여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글을 쓸 수 없는 날들이 있다. 글을 쓸 수 없는 날은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그럴 때는 그냥 쉬면 된다. 인생 단순하게 살면 된다. 우리에게는 그다음 날이 있으니까.
문제는 다음의 경우다. 아무 일도 없는데 글을 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글이 안 써지는 날이 있다는 거다. 작가들이 글을 쓸 때면 찾는 것이 있다. 그것은 글감이라 부르기도 하고, 영감이라고도 부른다. 오늘 쓸 글의 주제를 찾는 것이다. 영감이 없는 날은 영감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살아가는 일상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영감이라는 것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토끼풀 속 네잎클로버를 찾기 힘든 것처럼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쓸거리가 도저히 찾아지지 않는 날도 있다.
글을 쓸 때 하루하루가 가슴 떨린다면 지속하기 힘들 수도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상대방을 바라볼 때마다 계속 두근댄다면 과연 행복할까? 글을 쓰다 보면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계속되는 글쓰기가 발전됨 없이 밋밋한 날의 연속일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에게도 슬럼프의 기간은 찾아왔다. 첫 책을 출간한 후 끊임없이 반복되는 퇴고에 지쳤다. 두어 달 지속된 퇴고는 출간의 기대감에 어찌어찌 완주하기는 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나를 너무 극한으로 몰아넣었다. 그래서인지 출간 후 생각보다 오랜 기간 글쓰기를 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 미루던 글쓰기의 간격이 벌어지더니 급기야는 넉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겨우 스무 편 남짓의 글을 써냈다, 매일 글쓰기를 하던 사람이 이렇게나 게을러지다니. 이것이 ‘작가의 벽’인가 보다.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유명 작가들에게나 존재하는 현상이 나에게도 일어난다니 기가 막히면서도 흡사 연예인 병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벽’이라는 현상은 좋은 작품을 써냈던 작가가 막막함을 호소하며 갑자기 글을 못 쓰게 되는 일을 말한다. 작가의 벽을 만난 사람들은 글쓰기가 무서워지고, 그동안 쓴 글이 형편없어 보이고,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하는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고 한다.>
슬럼프에서 돌아올 때는 큰 글을 쓰지 않았다. 굳이 분량에 제한을 두지 않아 짧은 문장 몇 개만 적은 날도 있었다. 글쓰기가 너무 힘든 날은 글쓰기의 꼼수를 부렸다. 닥치는 대로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덕분에 특히 뇌 과학에 관한 책을 섭렵했다.
이렇게 근근이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던 어느 날,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일이 있었다.
“글 쓸 때 달달한 게 필요하면 맛있게 먹고 좋은 글 쓰세요~”
어머나~~ 지인의 갑작스러운 마카롱 선물이다. 아~ 나 글 쓰는 사람이었지? 커다란 마카롱이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면 이런 느낌이려나? 이렇게 영감은 내게 돌아왔고 나는 다시 글 쓰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작가의 벽은 쓰고자 한다는 마음이 있다면 언젠가는 허물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