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브런치에는 백여 편이 넘는 글이 차곡차곡 쌓였다. 처음에는 하루를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쌓인 글을 천천히 다시 보니 하나의 흐름이 보였다. 내 삶이, 내 생각이 글 속에서 한 권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분량 또한 적당하다는 걸 알았을 때 심장의 쿵쾅거림이 밖에서도 들리는 듯했다.
“혹시 이 글들을 모으면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망설였다. 책을 낸다는 건 나와는 아주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책은 특별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거라고 믿어왔기에. 다시 한번 모니터를 응시했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이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온 것을 직감했다.
원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책으로 엮으려면 뼈대인 목차를 먼저 세워야 한다. 매일 발행한 글들을 다시 읽고, 순서를 바꾸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었다. 한 편 한 편은 작은 이야기였지만 모아놓으니 하나의 긴 여정이 되었다. 글을 쓴 시간이 곧 나의 기록이었다.
며칠 밤을 새워가며 글을 다듬었다. 원고는 복사지 백 장 분량이었다. 한 번 읽어보는데, 한 번 정리 하는 데에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며칠의 시간이 흐른 후 이쯤이면 됐다 하는 순간이 왔다. 결심했다. 마침내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기로.
‘혹시 외면당하면 어떡하지? 너무 부족하다고 하면 어쩌지?’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제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공은 던져졌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내 글이 세상 밖으로 나갔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지 161일이 되었다. 브런치 심사에 합격하여 작가의 첫 발걸음인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혼자서 끄적이며 글을 쓰던 때에는 글을 쓰다 말다 하였다. 이렇다 할 강제성이 없으니 오늘 글을 쓰든 안 쓰든 나의 삶에는 활력에 차이가 없었다. 그러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삶은 활기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책을 쓰는 작가로 글을 쓰려면 뚜렷한 목적 하나를 가지고서 통일성 있는 글을 써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이제 겨우 초보 작가인 나에게는 주제를 잡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내 마음대로 써 내려갔다. 특별히 목적 없는 글들, 그날의 느낌이나 삶의 한 조각들을 들여다보는 내용의 글이었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생각들, 엄마로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생각들, 삶을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솔직하게 쏟아내는 날들이 무려 5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그런 하루가 쌓이던 어느 날이다. 2호가 말을 걸어왔다.
“엄마, 언제 책 낼 거예요?”
“아직 책을 낼 정도의 분량이 안 되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갑자기 궁금했다. 매일 글을 쓴 지 5개월이 지나갔다. 대강의 개수를 세어보니 백팔십 편이 넘는 글을 발행했다. 처음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웠었는지 모른다. 처음이 어려웠을 뿐이다. 이제는 거침이 없다.
나의 노력이 궁금해지려고 하는 찰나이다. 워드 파일에 지금까지 써왔던 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주 동떨어진 주제를 가려내고 한 가지의 주제로 통일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글을 추려내었다. 어쩜, 글은 쌓인다더니 100페이지가 다 되어간다.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글 쓰는 작가들은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어 한다. 나 또한 작가이니 내 이름이 새겨져 있는 책을 내고자 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일 정도이다. 책을 출간하기 위한 시도로는 투고가 있다고 한다. 모르는 것은 녹색 창에 잘 찾아보는 편이다. 하지만 작가라면 그 전에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 한다. 급하게 가려다가 넘어지는 수가 있다.
작가는 투고하기 전 나의 글 상태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글 전부에 번호를 매겨 프린트해 본다. 화면으로 보는 글과 종이에 인쇄된 글을 보는 느낌이 약간 다르다. 책으로 보는 나의 글은 어떤 느낌일지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입꼬리의 씰룩거림과 어깨의 들썩거림은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나의 글을 객관적으로 보기는 참으로 어렵다. 주관적으로 쓴 글이기에. 다시 한번 글을 본다고 할지라도 그 당시로 돌아가는 것이니. 이제는 편집자의 마음으로 글을 바라보아야 하는 때다. 내 글이 책으로 만들어질 가치가 정말 있는 것인지. 천천히 글을 읽어본다.
왠지 모를 기분 좋은 느낌은 무엇일까? 나는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너무 사랑한다. 이렇게나 열심히 글을 쓴 지도 5개월이 다 되어간다. 끈기라고는 어디에 가져다가 쓰려고 해도 없던 나 아닌가. 인생 오래 살고 보아야 한다더니 인생의 흐름이 살짝 우상향으로 올라가는 기분이다. 지금껏 정성껏 써왔던 글을 이제는 책으로써 묶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오늘, 이제 글을 정리하고 스스로 목차를 짜 보아야겠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뭔가가 이루어질 것 같은 오늘이다. 잠이 안 오고, 가슴이 너무 설렌다. 투고를 준비해야겠다.
투고하기 전 내 글을 평가하면서 평정심을 가져야 한다. 객관적으로 편집자의 마음을 장착한 채 매의 눈으로 내 원고를 바라봐야 한다.
그! 런! 데! 내 원고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다른 작가님들도 그런지 모르겠다. 어쩜. 내가 쓴 글 맞아? 가끔 재치 있는 문장과 허를 치는 반전으로 다시 봐도 잘 썼구나 싶은 글이다. 퇴고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 내 글에 내가 취하는 것이 이런 상황인 걸까?
오랜만에 내 글을 보고 있노라면 잊고 있었던 예전의 시간이 새록새록 기억나더니 급기야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한다. 주책맞음의 끝이라고나 할까. 과거의 내 생각을 버무려서 쓴 글이니 현재의 내가 읽어도 공감하면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읽고 있다. 객관성이란 제로에 가깝다.
이렇게 반해버린 글의 퇴고를 무려 다섯 번이나 더 했다. 가뜩이나 안구건조증이 장착된 흰자위는 시뻘게지고 있다. 노트북의 원고를 수정하고, 전체를 프린트했고, 다시 고치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퇴고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러기를 여러 번, 드디어 때가 된 것 같다. 며칠을 고민하던 중 드디어 투고를 하기로 결심했다.
나의 결심과 현실은 동시에 진행을 못 하고 있다. 투고하려면 필요한 것이 있다. 출간계획서, 목차, 초고. 이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 산 넘어 또 산이구나. 책 한 권 내는 과정이 이리도 힘들어서야. 처음 가는 길은 이토록 험하고 힘들구나. 그렇다고 안 가볼 내가 아니다. 일단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