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by 소곤소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 믿기지 않았다. 이메일 속에는 내 글을 출판할 가치가 있다는 칭찬도 있었다. 그와 함께 자신들과 같이 하고 싶다는 말까지. 그리고 내 글에 대한 조언도 거침없이 쏟아내었다. 엉성한 문장구조와 조금 더 자연스러운 표현의 예시, 좀 더 이목을 끌 제목의 추천까지. 몇 번이나 이메일을 다시 읽었다.

무척이나 자세한 피드백이었다. 투고한 원고에 대해 이렇게나 관심을 보여주는 출판사가 정말 고마웠다. 지금껏 꾸준히 글을 써왔다. 매일 글 쓰는 것이 힘든 날도 있었다. 더욱이 누가 쓰라고 한 적도 없다. 강제성 없는 글쓰기였기에 꾸준히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노트북 화면에 적힌 출판사의 제안 메일을 다시 보고 인쇄했다. 솔직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내가 뭔가를 했기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인생 살면서 작성해 본 계약서라고는 집문서와 근로계약서의 작성뿐이다. ‘출판권 설정 계약서’라니 이게 웬 말인가. 세상이 달라지는 듯한 순간이었다. 이제 계약서만 쓰면 내 책은 금세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보지 않은 인생은 항상 고난과 역경이 있는 법인가 보다. 나는 작가이고 원고를 제출했다. 그러니 출판사의 편집자가 내 글을 보기 좋게 편집해서 예쁜 책으로 뚝딱 만들어 주리라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그건 순진한 착각이었다. 

지방에 살고 있는 나는 굳이 서울에 있는 출판사까지 갈 필요는 없다. 대부분 이메일과 전화, 카톡으로 모든 연락이 가능한 스마트한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다. 비대면으로 이루어진 관계지만 오히려 더 만족스러웠다. 6년째 초보 운전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는 나다. 거북이인 내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서울에 다녀와야 한다면 금세 지칠 것이 뻔하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작가와 마감 날짜를 재촉하는 편집자의 모습을 말이다. 그 비슷한 상황이 나에게도 이루어지고 있다. 계약서 작성도 끝났다. 이제부터 나는 편집자와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나의 위치는 작가다. 엄마도 간호사도 아닌 작가로 인정받는 순간이다.

혹시나 무서운 사람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따뜻한 품성의 편집자분을 접할 수 있었다. 편집자와는 이메일로 주로 긴 글을 주고받았다.

“이 원고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다듬어야 합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흔들렸다. 이미 완성된 원고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일 공들여 쓴 글이고 더군다나 투고하기 전에 여러 번 나름 퇴고까지 한 글이다. 출판사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해 보였나 보다.

길고도 긴 퇴고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원고의 구성이 조금 더 뾰족했으면 좋겠다는 출판사의 의견에 전체 원고의 목차를 다시 세우는 작업을 여러 번 했다. 이건 원고 자체를 뒤집어엎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목차를 다시 세우고 추가 원고를 제출했다. 스스로 작아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이려나. 분명 완벽한 원고를 제출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출판사의 말이 맞았다. 다시 목차를 세우니 좀 더 깔끔한 구성이 되었다.

이제 제목과 부제 차례다. 제목과 부제 리스트를 작성해달라고 한다. 아~ 이거 출판사에서 알아서 해주는 거 아니었어? 아니었다.

글쓰기 책에서 읽었다. 제목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일단 읽히는 책이 되려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그만큼 임팩트 있는 제목이 중요하다. 고민과 함께 시간은 흘러간다.

본문 수정은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다시 고쳤다. 끊임없는 퇴고로 정말 눈이 빠지고 토가 나올 지경이다. 이젠 입맛까지 없다.

퇴근 후 아이들을 재우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원고를 다시 열어야 했다. 수십 번 원고를 고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 정말 책을 낼 수 있을까?”

이제는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무섭게만 느껴졌다. 출간 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고쳐야 할 원고는 계속 쌓이는 기분이다. 마치 길거리를 청소하는데 우수수 나뭇잎이 계속 떨어지는 기분이랄까.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멈출 수는 없다.

표지까지 결정되었고 이제 모든 결정은 끝이 났다. 퇴고는 무척이나 고된 작업이다. 웬만해서는 일에 불평하는 횟수가 적은 나다.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출근과 퇴고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버겁기는 했다. 아껴두었던 휴가를 모조리 써버릴 만큼.

책 만들기의 마지막 최종본 파일을 봤을 때 만족감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나는 좀 더 겸손해야 했다. 투고 당시의 초고와 지금 완성된 원고. 둘은 확실히 다르다. 처음의 원고는 표현이 거칠고 투박하다면, 계속되는 퇴고로 완성된 최종 원고는 글이 매끄럽고 술술 읽힌다. 이번 퇴고의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확실히 배웠다. 글은 다듬을수록 깊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작가란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쳐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브런치에서 책으로 피어나다확정.jpg




전체글은 책을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예약판매기간 : 1월 2일~ 1월 15일


<브런치에서 책으로 피어나다>의 예약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938806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72054240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3017501


이전 21화출판사에 투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