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준비하는 동안 2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며 하루를 살아갔다. 낮과 밤, 새벽에는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였고 밤에는 작가로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로서 해야 할 역할은 기본 옵션이다.
간호사로서의 하루는 언제나 빠르게 흘러간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병원에 도착하면,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와 간호를 진행하며 하루를 보낸다. 정신없이 하루와 싸우고 나면 금세 몸과 마음은 지치기 마련이다. 여전히 3교대 근무로 인해 낮과 밤이 바뀌는 삶을 살고 있다. 2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늦은 밤 아이들이 잠든 저녁, 거실의 노트북 앞에 엉덩이를 앉혔다. 글 쓰는 시간은 낮 동안 쌓인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퇴고는 글쓰기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글은, 특히 책으로 써진 글은 누군가에게 읽기 위함이다. 사적인 글이기도 하지만 공적인 글이 분명하다. 전체적인 목차 수정은 끝났다. 이제 전체 원고의 수정이 들어갈 시점이다.
처음 글을 썼을 때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줄줄 써 내려갔다. 하지만 이제는 관점을 달리 해야 한다. 쓰는 사람의 시선이 아니다. 읽는 사람의 시선에서 글을 다시 바라봐야만 한다.
어떤 읽는 사람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읽는 사람의 초점은 비슷하다. 대부분의 글쓰기 책에서는 보통의 중학생이 읽고서 이해할 만한 글이 적당하다고 한다. 요즘은 문해력이 더 떨어지는 현대 사회이다. 내 책의 경쟁상대는 다른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책의 경쟁 상대는 인스타와 SNS다. 요즘은 유튜브의 쇼츠와 틱톡도 경쟁 상대다. 쉽고 편한 것이 익숙한 시대에 어려운 글은 외면받는다. 읽히지 않는 책은 책의 기능을 할 수 없다. 최대한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글로 접근해야 한다. 전하고 싶은 내용은 그대로 실으면서 쉽게 읽힐 수 있는 표현으로 모조리 바꿔버린다. 이 작업에는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걸린다는 함정이 있다. 무려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다. 전체의 글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하는 거다.
작가로서 첫 책의 퇴고를 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나는 성인이다. 더군다나 글을 쓰는 작가다. 이런 내가 한글의 맞춤법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너무 큰 실망을 했다.
“나 한국 사람 맞아?”
작가는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기본적인 문법 공부도 필요함을 새삼 느꼈다.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라니. 정말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인가 보다.
한 문장, 한 문장을 다듬을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2가지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경험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과 깊이 연결될 수 있었다. 글쓰기 덕분에 하루의 피로를 넘어 삶의 의미와 자신감을 발견할 수 있다. 낮과 밤, 두 세계를 오가며 작가로서, 그리고 간호사로서, 그리고 나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