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읽기 전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
살림을 너무 잘하시는 분이나 집안일에 탁월한 경력을 가지신 분들은 이 글을 읽지 말고 건너뛰시기를 바랍니다. 괜한 허탈함을 느끼실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아이들이 드디어 개학을 했다. 이제 일상을 살아내는 것에 한시름 놓나 싶은 하루가 내게도 찾아왔다. 그러기를 며칠이 지났다. 역시 현실은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일과 갑작스러운 일정이 추가되는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그저 하루 동안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삶을 지속하고 있다.
마치 미션을 깨는 기분이다. 오늘 해야 할 일 중 많은 부분을 해내고 있다.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다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법이다. 출근하는 일상은 사회에서의 책임감과 관련이 있다. 이는 급여와 직결한다. 이런 일은 절대로 미룰 수가 없다.
내가 해내야 하는 또 다른 일은 집안일이다. 오늘도 넘쳐나는 빨래통의 빨래더미, 설거지 통에 쌓여가는 설거지감, 구석구석에 쌓이기 시작하는 먼지와 냉장고 속에서 시들어가는 야채들까지.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이는 것이 집안일이다. 요즘 나의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살림을 덜 할 수 있지?'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덜 힘들게 살림을 할 것인가. 특히 먹고사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청소기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나는 현명한 주부다. 그런데도 뭔가 부족하다.
살림을 좀 더 편하게 할 뭔가를 찾던 중 발견한 도구가 있어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어 글을 쓴다. 그것은 바로 '푸드블럭'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단순한 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 기본 블랙의 컬러인 이 푸드블럭은 뚜껑이 분리되는 실리콘의 형태를 가진 전체 1리터 용량의 음식을 얼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2칸인 경우는 500ml씩 얼릴 수 있고, 4칸인 경우는 250ml씩 얼릴 수 있다.
최근 지인과 밥을 먹었는데 냉동된 카레를 준비하더라. 카레를 냉동해도 되는지 아직까지 몰랐다. 한 냄비를 잔뜩 만들어서 질리도록 먹는 것이 카레 아니던가. 해동한 카레를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으니 금방 만든 카레와 구분하기 힘들 만큼 너무 근사한 맛이었다. 유레카~~
이거구나. 얼른 푸드블럭을 주문했다. 나의 머릿속은 회오리 같았다. 얼릴 것이 짜장과 카레뿐이랴. 나는 하이라이스도 좋아한다고. 손 많이 가는 미역국과 닭곰탕도 얼려버릴 거다. 우리는 네 가족이 살지만 앞으로 요리는 뭐든 용량으로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미역국은 많이 끓였다가 냉동실에 얼려서 도토리처럼 꺼내먹곤 했다. 하지만 하나 문제가 되었던 건 냉동실 전용용기였다. 이 용기는 내가 미역국을 다시 꺼내먹기 전까지는 냉동실에 계속 들어있으니 사용할 때 회전이 멈추곤 했다.
하지만 이 푸드블럭에 음식을 넣어 냉동실에 하루동안 얼리면 다음 날에 실리콘에서 네모난 모양으로 얼어버린 음식을 만날 수 있다. 꺼낸 음식은 지퍼백에 넣고 가지런히 냉동실에 정리하면 보기에도 좋다. 푸드블럭을 여러 개 살 필요도 없다. 나는 2칸짜리와 4칸짜리 하나씩을 샀다. 이 두 개면 무려 2리터의 음식을 얼릴 수 있다. 더 얼리고 싶다면 하루를 기다렸다가 또 얼리면 된다.
나같이 바쁜 워킹맘의 경우는 급할 때 먹을 비상식량이 항시 비치되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내가 만든 음식이 비상식량으로 준비된다면 가족의 건강까지 챙기는 거니 만족도가 높아진다.
오늘도 네 가족이 먹고살지만 미역국만큼은 한솥을 끓이고 있다.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면서 대용량으로 아주 넉넉히 끓인다. 이거 다 우리 식구들이 먹을 거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는 것처럼 나도 비상식량을 모으고 있다. 밥 하기 싫은 날, 몸이 너무 아픈 날, 만사가 다 귀찮은 날에 하나씩 꺼내먹으리라. 냉장고 속을 보니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것 같다.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393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