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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토

얼어버린 토사물-구토

by 김태연


어지럽다.

새벽 출근길, 토사물의 온기가 채 식기 전 얼어버린 음식의 조각들이 내어 뱉어진 그대로 얼어버렸다.

인간의 거울효과로.... 아닌가 파스퇴르의 조건반사였던가?

어쨌든 이미지로 반응한다.

저 토사물은 내 정의롭고 싶기도 했고, 치기 어린 분위기도 있었던 젊은 시절 자주 뱉어냈던 내 더러운 기분들까지 반영한다. 세상이 조금씩 낳아져 간다는 희망이 꺾여버리고,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신조들이 만연 한 건 우리의 신념이 우리의 의지가 아닌 과거에 집착하는 유령들에 매달려 있음에 틀림없다. 개인사든 한나라의 역사든 변화들을 무서워하고 달라짐으로 인해 손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종양을 키울 수도 있다는 걸 이야기한다. 그런 커다란 종양이 되어버린 최고 권력이 그 자리를 버티고 있는 걸 보면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에 기인한 것인지 서로의 잘못을 감싸주는 따뜻한 심성에 기인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 자리가 넘어지면 맘 아파하고 대사를 까먹으면 응원하는 유치원 발표회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목줄을 메어놓은 절벽 위에 썰매이기에 더욱 의심하고 더욱 멈춰서 냄새를 맡아야 한다.

절벽으로 가고 있음이 확실시되어 보인 지금 의심의 여지없이 썰매가 달리는 걸 멈춰야 한다.

늑대가 노리고 있다고 건너 절벽의 더 큰 썰매가 같은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고 마음을 잡지 못하고 달리기만 하는 건 우리의 수명을 스스로 단축시키는 일이다.

나는 겁이 많은 편이다.

대학생 시절 겁이 많아 바이킹을 한번 타고 그다음 절대 타지 않았다.

마치 주량을 넘긴 과음으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게 하는 그 느낌이 싫어 술도 잘 못 먹던 내가 주량을 넘기게 먹었던 건 대학생 첫 연애를 실패하고, 실컷 울다가 생전 처음 먹어보던 포장마차 곰장어와 소주 한 병.

지금과 달리 혼자 먹는 술은 마치 괴로움의 대명사였던 것처럼 그 괴로움을 떨쳐내고 싶어 취했었으나 토하고 몸속 내장을 게워내는 그 기분이 너무 싫어 다시는 취하지 않으려 애쓰던 대학시절에도 나의 토사물은 괴로움의 찌꺼기고 고민과 상처와 아픔의 딱지였다.

하지만 이젠 그 구토도 자유롭지 못하는 절규 하자마자 얼어버린 그 세상은 얼어버리고, 비겁할 틈조차 주지 않고 얼어버리고, 시큰한 비릿한 그 냄새를 맡으며 토할듯한 기분으로 바쁜 출근을 한다.



201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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