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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우중충하다.
집안 청소를 소심하게 하다가 이것저것 들추게 되고 너무 적극적으로 하면 오늘 하루에는 청소가 힘들 것 같아서 정말 최소의 소심함으로 청소를 한다.
그래도 마음은 정리되고 깨끗해 진다.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했는데 우중충한 날씨 탓에 빨랫감들을 실내에 걸어둔다.
커피를 내리다가 문득 출퇴근할 때 보았던 문 앞 미니 화단에 놓아둔 히아신스의 흙이 거의 유실된걸 보고 화분을 갈아주러 문을 연다.
봄에 아름다운 꽃을 선사해줬던 히아신스의 집을 옮기기 위해 작은 화분을 들어낸 순간
이런, 그 얼마 되지 않은 흙 안에 개미들이 수백 마리의 알과 함께 집을 짓고 살았나 보다.
그 개미들은 대열을 정비하지 못하고 헤매는 듯하다가 모두 다 같이 그들의 알을 옮기는 것 같았다. 이리저리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데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옮기는 걸까?
누군가 어디로 옮기라고 앞장서 외치는 것 같지도 않고 서로 어떤 회의를 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들은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은 어디로 정리되고 있는 것일까?
지네가 흙속에서 여러 마리 관찰된다. 지네는 개미보다 덩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서로 도망 다니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땅속에서 상대적으로 10배 정도 큰 개미가 출현한다.
여왕개미다. 개미 무리는 여왕개미 한 마리와 일개미 다수만 있으면 유지가 된다더니 맞는 말이겠다 싶다.
그들의 상황을 지켜보며 관찰하다가 잠시 커피를 내려놓은 게 생각이 나서
집안에 들어가 커피와 오븐에 구운 빵을 먹는다.
빵 부스러기들을 주면 잘 먹을까 싶어 약간을 들고 다시 나간다.
개미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다들 어디로 간 걸까? 갈 곳이 뻔해서 화분을 슬쩍 들쳐본다. 화분 밑에 가지런히 모아놓은 개미 알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어떻게 이곳에 모아둔 것일까? 그들의 노력과 그들의 위기상황 대처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가 의도치 않게 그들의 집을 없애게 되었지만 그들은 그들의 결집력과 근면함으로 스스로를 지키게 되었으며 비록 우리에겐 조금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우리는 그들의 일사불란함을 공부하고 감동해야만 할 것이다.
날은 저물어가고 개미들은 상황들이 마무리되어 가는지 어디론가 사라져서 보이지 않게 되었고, 화분에도 또 다른 평화가 찾아온다.
그렇게 개미는 하나가 아니라 개미의 집합체가 되어 살아간다.
201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