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위내시경, 채혈, 용종, 십이지장, 곰팡이균, 채혈, 금식
며칠 전부터 3 달여 전에 예약한 건강검진을 받으러 전날 금식을 하고 왠지 모를 두려움에 전날부터 온몸이 긴장된다.. 집에 도착하면 의례히 먹던 야식도 쳐다보지 못하고 씻고 바로 누워 잠을 뒤척이다가 새벽에 나도 모르게 눈이 떠진다.. 처음 받은 위내시경이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던데다가 용종이 있다는 두려움에 사실 내심 기다려왔던 날이기도 하다. 건강이라는 게 옛날부터 중요한 척도이기도 했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스스로 뒤를 돌아봄이 필요해지는 시기다. 나는 아침부터 바쁘지도 않은데 서둘러 병원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불확실은 걱정을 웃자라게 한다.'
마음을 잡으러 음악에 귀를 떼지 못한다..
병원에 도착하자 접수를 하고 바로 채혈을 한다
'이런 제일 작은 어려움을 먼저 넘는군'
피를 뽑는 과정을 미리 생각하면 고통이 배가되므로 주변에 있는 문구를 읽는다..
'채혈시 3분간 문지르시고...'
이런 문구를 읽으니 더 상상되어 기도문을 외운다.. 성당 에 안 간지 몇 년이 지났는데 기도문은 잊히지도 않는다
'은총이 가득하신...'
기도문을 외우는데 '이제와 우리 죽을 때..'하필 이 구절을 외는데 따끔하다...
죽을 때도 아프다는 신의 복선인가? 하여간 아픔은 고통은 인간의 영원한 숙제 일수 있겠다.
소변을 채취해 오라는 말에 오히려 화장실에서 위축되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제저녁부터 물도 먹지 말라더니 소변을 받아오라니.....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렇게 짜내고 제출하고, 바로 검진실로 가란다.
뭐 이렇게 바로 검진실로 가라니.. 검진실에서 몇 가지 약 먹는 것 물어보더니 재작년에 있다고 해서 걱정되던 용종에 대해 문의했더니 일정 크기가 안되어서 잘라내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정말로 그렇다면 다행인데.....'
두근두근한 맘으로 다시 시력과 키, 몸무게, 혈압, 청력을 검사하러 간다 키부터 재는데..
'이런 벌써 노화하는 건가?'
키가 줄었다 183에서 180으로 그것도 3센티나...
40대 초에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다. 몇 년 전 봤던 일본 영화가 그리고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봤던 안정환 감독의 나이 들었을 때의 감정 체험프로가 생각났다...
어른에서 노인이 된다는 게 별거 아닐 거라 생각이 들지만 신체적으로 변화들이 생기면 서글플 거란 생각이 드는 건 기우일까?
혈압을 재고 청력검사를 한 후 시력을 재고 흉부사진을 찍으러 방사선과로 간다.
방이 많아서 입실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탈의실에 가니 옷이 준비되어 있어 갈아입고 커다란 판앞에서 눈을 꼭 감고(시키진 않았지만) 숨을 들이마시니 촬영이 끝이란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위내시경 슬슬 긴장감이 밀려온다.. 안내하시는 분께 여쭤보니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란다. 긴장했는지 4층에서 내려야 하는데 3층에서 내린다..
3층에 내리는데 중환자가 계신지 커튼으로 장벽을 만들어 놓은 병실이 보인다.
어제 남동생과의 통화가 생각난다..
남동생이 한때 몸이 힘들어 병원에 들렸다가 폐결핵이라는 진단을 받고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옆에 신장병 환자가 있었더란다. 신장병 환자는 피를 수혈받고 몸이 좋아졌는지 라면이 먹고 싶다고 중얼거리다가 밤에 몰래나가 라면을 먹고 왔더란다 그런데 아침에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하더니 의사들이 왔다 갔다 하고, 그날 자리를 빼더란다.. 라면과 인생을 바꾸신 그분, 좋은 곳에 가셨길 빈다.
여하튼 중환자들이 있는 곳을 지나치니 내심 겁이 더럭 난다..
'용종이 커져서 수술하자면 어쩌지?' '부모님께 연락해야 하나?' 갖은 걱정 들을 하면서 계단으로 한층 더 올라간다. 접수하니 손목에 스티커를 붙여준다.. 마치 수술받을 때 환자나 시체가 바뀌지 않으려 하는 조치 같아 역시 무섭다 내시경 대기실에 대기하는데 의자가 편안하다.
아무래도 큰 병원이라 2년 전 병원과 시설 차이가 난다. 이런 시설 때문에 큰 병원에 오는 건가?
접수하신 분이 호출하더니 물약을 주길래 꿀꺽 삼키고 주사를 한대 놓는다.
용도를 물으니 움직임이 덜하게 해주는 약이란다. 잠시 후 호출에 가보니 연구실처럼 생긴 공간이다.
안경을 벗고 누우니 입에 마우스피스 같은걸 끼우고 '칙칙' 국소마취재를 뿌린 후 몸을 옆으로 뉘인다. 그리고 가벼운 이불을 덮어준다. 용종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되새기시던 의사분은
"무언가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해도 괜찮지요?" 하시며 내시경을 주입하신다.
한 번에 잘 안 들어가는지 '꿀떡!'을 되새기시며 기다리신다. 맘속으로 목구멍으로 꿀떡을 되새기며 이제 삼켜졌는지 무언가 배속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어? 용종이 없는데...' 몇 번 보시더니 좀 더 아래 배속에서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십이지장이에요.. 조금 참으세요.."
주먹을 쥐고 땀을 흘리며 참아본다..'위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 잠시 후 입에서 내시경이 나오고 침을 뱉어낸 후 의사에게 묻는다.
"용종은요?"
"안 보이는데요~목에 곰팡이균이 조금 있으니 외래로 약 좀 타드시면 괜찮을 거예요"
우와~내 위에 있다던 용종도 사라지고 깨끗하다는 말에 배속 거북함도 잊고 그대로 내려와 외래 접수한 후에 바깥으로 나온다.
'햇살이 내가 들어갈 때도 이리 밝았나?' 그냥 들어갈 땐 마치 비 올듯한 하늘이었는데.....'
그냥 학원에 들어가자니 아쉽기도 하고 무언가 의혹이 해소된 기분에 바로 옆에 붙어있는 대학 캠퍼스에 산책하기로 한다.
호수의 물은 잔잔하고 봄이 성큼 온 것 같다.
대학식당에서 제일 맛있어 보이는 모듬 돈가스를 사 먹고 자랑스러운 졸업한 모교중학교가 더 좋아진걸 확인하며 가로질러 나가 늦은 출근을 한다.
201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