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그라운드시소, 영추문, 홍지문, 옥천암마애불좌상, 어반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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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숭해심 유천희해"
'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 하늘에서 노닐고 바다에서 즐긴다'는 의미다 추사가 좋아했던 그 문구를 추사 집터이자 통의동 백송터에서 읽는다 이동익 선생의 추사체로 적힌 그 문구가 적힌 곳은 추사의 집터이기도 하다.
비 오는 하루, 광화문에서 여기 서촌으로 걸어오며 비 오는 운치를 느낀다
겨울에 들어서며 거리의 가로수는 옷을 벗었고 나뭇가지의 그 뾰족한 예민함을 안개가 흩트려 트려 중화시킨다
경복궁 뒤로 북악산은 습자지로 여러 겹 겹쳐 가려 놓은 듯 보일 듯 말 듯 하고 광화문 광장의 축제는 비 오는 김에 잠시 쉬어간다
광화문 담따라 경복궁 역까지 걸어가며 한복인 듯 환타지속의 의상인 듯 화려한 느낌의 한복 복장을 입고들 지나가니 마치 내가 판타지 사극의 보조출연자가 되어 걸어 다니는 느낌이다
경복궁역에서 스타벅스 쪽으로 걸어간다.
서촌은 전에 구석구석 다녔던 곳이라 새로움 보다는 익숙함에 반가움이 큰 곳이지만 비 오는 분위기는 그 익숙한 분위기 마저 새롭게 만들어 버린다.
스타벅스 옆 골목으로 올라가다 궁금한 골목으로 들어가니 '통의 문 백송터' 라 명명한 공간에 들어선다
마치 골목 안에 신세계를 경험한 듯 동공이 확장되고 흥분되는 공간이다.
백송이 자리했던 공간이라 하니 기존의 백송은 죽고 그루터기만 남아있고 새로운 백송 세 그루가 자리하며 공간을 멋지게 만들고 있다.
소나무중 백송은 백호처럼 특별해 보이는 느낌이 있다
그 특별한 느낌을 스케치북에 담고 싶어 건너편 '서촌그라운드시소'의 처마 밑에 서서 빗소리를 들으며 백송을 그려본다
이제 계절은 화려함보다는 담백하고 보여주는 그대로 그 모습 최소의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 최소의 그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본다
길을 걷는다.
비가 오락가락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구석 골목을 거닌다.
그러다 영추문으로 나오니 지방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집회를 오신 분들을 마주친다.
그분들의 절실한 외침과 대비되게 상점입구의 크리스마스트리가 화려하게 빛난다.
그 상점들 사이로 박노해 선생님의 사진전이 열려있다
공간은 주로 제3세계의 풍경, 사진을 보고 느낀 상상보다 그곳에 대한 시 같은 문구들이 더 깊은 상상을 적어놓으셨다
그 오래된 동네 같은 서촌길을 걷다 북악터널을 지나간다. 그 긴 터널의 끝에서 기생충의 장면을 찍은 공간을 발견하고 거기서부터 홍지문으로 내려간다.
옥천암 마애불 좌상이 있는 그곳을 지나 홍제천 따라 안갯속으로 그 안개 너머로 나 자신도 사라져 버린다.
2025,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