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어사, 흥신소, 그리고 탐정 (3)
탐정과 경찰 - 수사 파트너
by 사립탐정 진 앤 송 Dec 26. 2025
지금까지 거의 세뇌에 가깝게 계속해서 언급한 것은 <문학은 현실의 반영이며 민중들의 희망과 기대>라는 것이다. 비록 <문학>이라고 표현되었으나 현대 기준으로 보면 <영화>와 <드라마> 등 방송매체들도 형태만 다를 뿐 문학과 동일한 기능을 하고 있다. 문학과 영화, 드라마를 비롯하여 이러한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기대를 표현하는 작품들을 통해 탐정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도 어느 정도 엿볼 수가 있다.
만약 공인 탐정법이 통과되어 탐정이 합법화된다면 반드시 함께 입법을 추진하거나 또는 공인 탐정법의 시행령으로 포함시켜야 할 조항이 바로 현행 경찰의 범죄수사에 <2인 이상의 선별된 민간조사원 및 검증된 민간조사 업체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 조항 하나로 탐정은 공인 탐정임과 동시에 공식적인 경찰의 <수사 파트너>가 되는데 현재 경찰의 치안 유지 활동이 단순히 경찰만의 임무수행이 아닌 민간과의 협업으로 구축된 <치안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명분도 설뿐 아니라 사건 해결이라는 실무 측면에서도 매우 유용한 제도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조선시대 암행어사 박문수부터 일제강점기 유불란 탐정까지 탐정의 활약을 위에서 소개할 때 <탐정> 개인의 활약에 시선을 집중하여 소개한 바 있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탐정의 독자적인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탐정과 더불어 경찰과의 협조와 파트너십으로 진행되었다.
당장 암행어사 박문수부터가 사설탐정이 아닌 엄연히 국가의 관료이며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할 때 해당 지역의 사또와 협조하여 포졸들을 풀어 탐문을 하는 등의 파트너십을 수행하였으며
유불란 탐정 또한 소설 <마인>과 <백가면>, <가상 범인> 등의 작품에서 반드시 독자적인 추리나 해결이 아닌 <임 경부>라 지칭되는 형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연계를 해 나간다.
현대 추리문학에 들어서도 이러한 클리셰는 변하지 않았는데 국내 추리작가 중 수위에 이르는 이수광 작가의 소설 <나는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에서는 유명 정치인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던 경찰이 결국 한계에 봉착하게 되자 추리를 전문으로 하는 집단을 수소문하던 중 한국 추리작가 협회에 협조를 요청하고 협회에서 선별하여 보낸 추리작가들이 수사본부에 참여하여 경찰과 함께 사건을 분석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결정적인 공훈을 세우는 이들은 주인공인 한유경 여형사와 남편인 추리작가인데 이 또한 경찰과 탐정의 파트너십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2015년에 개봉한 영화 <탐정 - 더 비기닝>에서도 교차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프로파일링 동호회장 강대만과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노태수의 콤비로 위와 같은 경찰과 탐정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으며 2016년 방영한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은 모든 사건 해결에서 탐정인 윤산과 용구형, 경찰인 박형사의 파트너십으로 진행되고 2017년 4월에 방영한 권상우, 최강희 주연의 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도 가정주부인 유설옥과 형사인 하완승이 탐정과 경찰의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문학이 당대 현실을 반영하고 민중들의 희망을 표현하는 매체라고 할 때 이미 언급했듯이 민중들이 기대하고 바라 왔던 탐정의 모습은 <경찰과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민중들의 삶을 위협하고 정의와 질서를 흩트리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인물인 것이다. 물론 공권력이 도와주지 않는 내밀한 일을 대신 맡아주는 측면에서 의뢰인을 위한 조사 업무를 하는 것도 당연히 있으나 역사적으로 민중들의 정서 속에 자리 잡은 이상적인 탐정의 모습은 바로 저런 모습이라는 것이다.
관념적인 것을 떠나서 실무적인 측면에서도 경찰의 사건 수사에 탐정을 참여시키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미 기존의 경찰은 공공질서와 치안을 유지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임무만으로도 벅찬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 수사물을 보면 경험 많은 고참 강력반 형사가 범죄 현장을 척 둘러보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후배 형사들에게 이것저것 지침을 내리는 모습들이 나오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유능한 수사 마스터인 형사는 현실에서 나오기 쉽지 않다.
강호순 사건을 분석한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씨의 의견에 따르면 서울 1급지 일선 경찰서에서 20년가량의 살인사건 수사 경력을 쌓은 형사라고 하면 당연히 위에 나오는 척하면 딱인 베테랑 형사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런 20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도 20년 동안 관여하거나 담당한 굵직한 사건은 5~6건 정도에 불과하며 예리하거나 면밀한 수사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수사 능력을 배양하는 측면에서도 대개 형사들은 선배들로부터 수사 기법을 배우고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이른바 <도제 시스템>으로 배워 왔으나 이것으로 제대로 된 수사력이 갖추어졌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것은 경찰이 무능하다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1위의 치안능력을 자랑하는 우리네 일선 경찰관들에게 주도면밀한 수사력까지 갖추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며 일선 경찰들과 형사들이 범죄 예방 및 치안 유지와 범인 체포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범죄 수사와 탐문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선별된 탐정들이 담당하여 협조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도 어디까지나 관료적인 조직인 이상 관료제의 필연적인 특성으로 각자가 독자적인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 이런 것에 탐정이 투입된다면 경찰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새로운 시각이나 혹은 놓치거나 생각지 못한 것을 착안해 내어 수사에 활력을 더할 수 있으며 아무리 사복형사라 해도 경찰 특유의 분위기로 인해 원활한 위장이나 잠복 및 탐문이 어려울 경우 탐정이 대체할 시 의심을 사지 않고 더 효율적으로 탐문이나 추적을 해낼 수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범죄수사 및 사건처리가 경찰만의 독점적인 영역이 될 경우 사건처리 과정과 처리 결과에 있어 피치 못할 비리나 외압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으나 경찰과 더불어 탐정이 참여하여 수사 및 사건처리의 전 과정을 지켜보고 함께 한다면 경찰의 투명성이 보장되며 외압에 구애받지 않고 정당하게 수사와 처리가 가능한 데다 그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이전보다 쉽게 납득하고 경찰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이것은 경찰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으로 설령 사건에 고관대작이 연루되어 있어 외압을 행사하려 해도 담당 형사나 해당 경찰관서의 책임자가 수사에 참여한 탐정을 구실로 외압을 물리치고 비리를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탐정의 입장에서도 경찰 수사에 참여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유용한 일인데 우선은 강력 범죄사건을 해결하는데 참여함으로써 추리력과 탐문 능력 등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탐정으로서 위신이 높아져 차후 민간조사 활동 및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또한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고 정의를 실현하며 공공선을 위해 기여하는 탐정의 참 이념을 실현함으로 국민들의 탐정에 대한 신뢰도와 신용이 대폭 향상되어 결과적으로 탐정 업계의 번영과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에는 법원에 가서 소송부터 걸고 볼 일도 우선 탐정을 찾아가 상담을 받게 될 것이며 탐정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처리하여 불필요한 소송이 폭주되지 않도록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경찰과 탐정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한데 첫 번째는 지역 단위로 관할 권역을 설정하여 해당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은 해당 권역의 탐정을 초빙하여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대형 탐정업체의 독점을 막고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탐정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이며 탐정이 지역 거주민이므로 수사와 탐문에 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현행 민간조사협회를 본부 및 중앙회로, 각 지역별 지회를 지부로 하여 그 체계를 강화하고 사건이 발생하여 관할 경찰서로부터 민간조사원의 파견을 요청받을 시 해당 지역의 지부가 중앙회와의 협의 후 소속된 탐정 및 업체를 선정하여 파송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 민간조사협회와 지부들은 단순한 친목단체나 연구기관, 이름뿐인 모임이 아닌 실제적이고 실무적인 치안 거버넌스와 수사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할 경우 중앙회 및 지부 차원에서 각 탐정들의 사건 처리 경험 및 수사 기법 등의 데이터 구축과 전수에도 용이하여 갈수록 탐정의 능력과 자질이 향상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세 번째는 민간조사협회와 지역별 지회가 실무적인 체계를 갖추게 되면 민간조사원의 양성과 활동을 체계화시켜 모든 탐정들의 교육ㆍ양성과정을 일원화하고, 민간조사협회에 가입하며, 본인이 거주하거나 사업을 하는 지역의 지회에 소속되게 함으로 불법업체의 난립을 막고 검증된 탐정의 활동과 사업이 보장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할 경우 지회와 각 탐정들 간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경찰의 요청을 받아 지회에서 해당 사건을 맡을 탐정을 모집하게 되면 각자의 상황이나 희망에 따라 설령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도 그 사건을 처리할 때는 탐정의 모습을 하게 되는 융통성도 갖추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것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와 더불어 경찰과의 조율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풀어나갈 과제가 있음을 알고 있다. 당장 경찰 입장에서는 탐정을 청빙할 경우 그 인건비는 어떤 기준으로 책정할 것이며 경찰서 예산으로 지급할지 지방자치단체 예산 내지 국고에서 지급할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으며 모든 사건마다 탐정의 파견을 요청해야 하는지에 대해 탐정이 반드시 참여해야 할 사건과 참여 여부를 경찰서 판단에 맡길 사건과 참여하지 않아도 무방한 사건의 기준을 정해야 하는 소지도 있다. 또한 해가 갈수록 난립해 가는 민간조사협회ㆍ탐정협회들로 인해 이들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단 화두를 던져 보는 것만으로도 생각하거나 검토해 볼 가치는 충분하며 만약 이것이 연구와 검토를 거쳐 법제화되어 현실이 된다면 그로 인한 경찰의 수사능력 보완과 범죄사건 해결의 성공률 증대 및 치안질서 유지에 기여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소한 이때부터는 탐정이 더 이상 문학 작품과 영화, 드라마에서나 보이고 외국 명탐정들의 활약만 구경하는 그림의 떡이 아닌 우리 삶과 사회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이들로 인해 범죄가 해결되고 정의가 구현되며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추억으로만 간직했던 탐정의 꿈을 이제는 꿈이 아닌 <장래희망>으로 간직하게 될 것이다.
P.S.
그동안 OECD 국가들 중에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탐정이 없었고 공인 탐정을 합법화하기 위해 각종 교육과정과 민간조사협회를 비롯한 많은 선구자들이 20년 가까운 세월을 열과 성을 다해 힘써 왔다. 그리고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 대에는 육성해야 할 신직업들 중에 탐정이 포함되었고 문재인 대통령 대에는 아예 대선 공약으로 공인 탐정의 합법화를 내걸기까지 하였다.
많은 탐정 선후배 동문들이 반드시 공인 탐정을 법제화하겠다는 의지로 노력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탐정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교육과정의 문을 두드리며 등록하고 더러는 도서관에서 독학으로, 더러는 교실에서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야장천 세뇌하듯이 언급했던 문구가 있다. 이제는 달달 외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문학은 현실의 반영이며 민중들의 기대를 표현한 것>이라는 문장이다. 민심이 천심이고 그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 문학이라면 이제는 때가 된 것인가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2014년 드라마 <플루토 비밀결사대>에 이어 2015년 영화 <탐정 - 더 비기닝>에 이어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2016년 드라마 <시그널>, <동네의 영웅>, <뱀파이어 탐정>, 2017년 드라마 <추리의 여왕>, <매드독>까지 탐정 및 민간조사원을 소재로 한 방송물들이 줄지어 선보이고 있으며 걸그룹 <헬로비너스>와 <AOA>의 경우 아예 <탐정 컨셉>으로 갖추고 나와 많은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한 마디로 많은 이들이 탐정에 열광하며 탐정이 등장하기를 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이때가 바로 흥신소가 아닌 진정한 <공인 탐정>이 등장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의 셜록 홈스, 명탐정을 꿈꾸는 지망생들의 바람과 우수한 탐정의 활약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빛을 발하여 이제는 공인 탐정이 합법화되어 우리의 직업란에 당당히 <탐정>이라 기재할 날이 불원 간에 꼭 오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