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세상을 덮을 때
어젯밤, 하늘은 좀처럼 잠들지 않았습니다.
깊은 어둠이 깔릴 무렵, 먼 하늘에서부터 번쩍이는 빛이 보였습니다.
순식간에 그 빛은 어둠을 가르고, 곧이어 천둥이 멀고 깊게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건, 쉬지 않고 쏟아지는 비였습니다.
밤새도록 그치지 않았지요. 빗물은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세상의 색을 하나씩 지워가듯 흘러내렸습니다.
아침이 되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닫힌 채입니다.
두꺼운 구름은 낮의 빛을 막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비는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습니다.
천둥은 간헐적으로 들려오고, 번개는 때때로 하늘을 찢는 듯한 선을 남깁니다.
해는 오지 않은 듯하고, 시간마저도 느리게 흐르는 느낌입니다.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보게 되는 날입니다.
왜인지 이 고요하고도 격렬한 풍경 앞에서는, 말보다 생각이 먼저 흐릅니다.
세상이 무언가를 내려놓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늘은 눈물처럼 비를 흘리고, 그 속엔 말로 다 하지 못할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과학은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기의 온도차와 불안정한 상승기류, 구름 안에서 충돌하는 입자들이 만들어내는 전하 분리,
그리고 임계점을 넘은 수증기가 응결하며 만들어내는 빗방울들.
번개는 대기 방전의 순간이고, 천둥은 그 뜨거운 공기가 밀려나며 낸 울림이지요.
하지만 그런 설명을 굳이 다 알지 못해도, 우리는 이 순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하늘은 계속 낮게 깔려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은 어둡고, 비는 계속될 것 같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마음을 비워내겠지요.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 속에서,
무언가 천천히 가라앉고, 또 조금씩 가벼워지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비가 내린다는 건, 어쩌면 그런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겁고 복잡했던 것들이 잠시라도 씻겨 내려가는 시간.
오늘 하늘은 그 시간을 우리에게 조용히 건네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