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의 바람 이야기

잘 가, 봄아

by 유레카

4월의 끝자락, 바람은 조금 달라져 있다.

처음 봄을 알리던 서툰 바람과 달리, 이제는 제법 따뜻하고, 때로는 서늘하다.

꽃이 지고, 연둣빛 잎들이 가지를 채우는 이 시기, 봄바람은 겨울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린다.


과학은 이 변화를 조용히 기록한다.

태양은 점점 북쪽 하늘로 높이 떠오르고, 지구는 더 많은 빛을 품는다.

따스해진 지표면은 끊임없이 공기를 데운다.

뜨거워진 공기가 하늘로 오르고, 그 빈자리를 다른 공기가 채우며 바람이 흐른다.

4월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바람은, 단순한 대기 운동이 아니다.

지구가 계절을 넘겨주는, 아주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이맘때 봄바람은 변덕스럽다.

낮에는 여름처럼 따뜻하다가, 저녁이면 봄의 끝을 아쉬워하듯 서늘해진다.

도시의 골목을 스치는 바람, 들판을 달리는 바람, 강둑을 따라 흐르는 바람—모두 다른 온기와 냄새를 싣고 다닌다.

방금 피어난 풀꽃 냄새, 따뜻하게 데워진 흙 내음, 그리고 어딘가 모를 쓸쓸함이 섞여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대기 상층과 지표의 온도 차가 점점 줄어들고, 계절풍의 방향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4월말의 봄바람은, 이제 곧 장마와 무더위가 올 것임을 조용히 예고하는 신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짧은 바람의 틈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진다.


과학은 계절의 순환을 설명하지만, 그 설명은 우리의 마음을 다 담지 못한다.

봄바람이 부는 저녁,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잊고 있던 꿈 하나를 다시 꺼내 든다.

바람은 기억을 흔들고, 마음을 데운다.

그래서일까, 4월말의 봄바람에는 묘한 그리움이 섞여 있다.


다가올 계절을 알면서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붙잡고 싶다.

4월의 바람, 그 한 조각을 손끝에 담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이 짧은 봄날의 끝에서, 바람은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잘 가, 봄아. 그리고 잘 와, 여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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