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배경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서의 자연
창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마주 보이는 나무 한 그루.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누구보다 먼저 그 변화를 알려주는 친구입니다.
봄이면 잎을 틔우고, 여름이면 초록으로 무성해지며,
가을에는 노랗고 붉은 물감을 뿌리더니,
겨울이 오면 아무렇지 않게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그 조용한 반복 속에, 나무는 늘 같은 자리에서
매일 조금씩 달라진 하늘빛과 바람의 결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저는
자주, 잊고 있던 ‘느림’과 ‘자연스러움’을 떠올리게 됩니다.
어쩌면 나무는 말없이 가장 많은 말을 하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그 잎 하나하나가 세포 분열과 광합성의 정교한 산물이라는 걸
과학을 배우며 알게 되었지만,
그보다 더 신기한 건,
그 모든 과정을 아무런 소란 없이 해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태양빛을 에너지로 바꾸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셔 산소를 내뱉는 그 존재가
조용히 창밖에 서 있다는 게
문득,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때로는 푸르름 하나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커피잔을 들고 창가에 서면
그 초록의 나무는 아무 말 없이 저를 바라봐줍니다.
“괜찮아.
너무 빨리 가지 않아도 돼.
나는 수십 년째 여기 있어.
너도 너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는 중이야.”
그런 말을 듣는 듯한 기분.
나무는 늘,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진정시키는 재주가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마주하며
너무 많은 생각을 짧은 시간에 소화해내려 하죠.
하지만 창밖의 나무는 다릅니다.
햇빛이 있는 시간 동안만 살아 움직이고,
비 오는 날엔 가만히 젖어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따라 흔들리고,
해가 지면 조용히 밤을 맞이합니다.
그 자연스러움, 그 ‘있는 그대로의 삶’이
요즘 저에게는 가장 부러운 능력입니다.
나무는 매일 거기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자리에서, 그러나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 역시,
조금은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살아가고 있겠지요.
이른 아침, 창문을 열 때
나무가 더 푸르러 보이면
괜히 오늘 하루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다짐합니다.
오늘도, 나무처럼 살아보자고.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그저 푸르게 숨 쉬는 하루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