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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호 May 10. 2023

초등 1학년, 폭력적인 아들 때문에 지옥이에요

폭력적인 아이를 위한 그림책 테라피

“또 때렸어요?

전부 우리 아이 잘못인가요?” 



전화하기 어려워요

새 학기가 되어 다른 친구와 문제가 생긴 아이로 부모님께 전화 걸기는 참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학부모와 라포가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안 좋은 이야기부터 전화로 먼저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뾰족한 말투가 나왔어요. 유치원부터 계속 이런 전화를 받아서 질린다는 말을요. 잘잘못을 따지는 학부모와 통화하고 나면 진이 다 빠져요.


친구를 때리는 행동은 결코 좋은 행동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물리적인 힘을 가해 친구를 때리는 행동이 지속되면 아이들 간의 관계에 문제가 생깁니다.  뿐만 아니라, 피해 아이에게도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부모님은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코로나 일어나기 전, 학기 초에 만난 1학년 기철이는 아주 산만했어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어요. 틈만 나면 친구들을 괴롭히고 때려서 저와 기철이 어머니의 최대 고민거리였어요.     

“유치원 때부터 주변 친구들 엄마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아이에게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계속 그렇게 행동해요. 초등학교 들어가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여전한가 봐요. 제 아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 집에 어린 동생들이 있는데 기철이가 거칠게 말을 해요. 하지만  잘 놀아주는 편이에요. 학교 가서는 친구에게 화를 잘 내고 때리기까지 한다니까 방법을 모르겠어요.”    



 

학부모 상담

3월 상담 때 만난 기철이 어머니는 포기하듯이 울먹이며 이야기했어요. 기철이와 만난 지 한 달 남짓한 기간이었지요. 친구를 때리는 일로 제가 받은 민원 전화만 해도 3통이 넘었어요. 이대로 둘 수는 없어서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친구를 때리는 아이를 비난하기는 쉬워요. 하지만 친구를 때리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높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친구를 때릴 수 있어요. 기철이가 왜 친구를 때리는 것인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발달 과정상 만 2세 전후로 나타나는 가벼운 폭력은 사회적 놀이 활동으로 보기에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아요. 하지만 폭력이 계속 이어진다면 학교폭력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형제들

어머니께서는 가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어요. 기철이 밑으로 동생이 두 명이고 맞벌이라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어요. 기철이는 적반하장으로 친구를 때리고 나서는 맞은 아이보다 더 큰 소리로 억울하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 꼬마 악동인 기철이는 교사의 말을 무시하며 공부 시간에도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어요. 원인 모를 분노를 갖고 있는 기철이에게 어머니의 다그침은 효력이 짧죠.     

그럼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첫째, 가정에서 신뢰 관계를 회복하기입니다.

내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무작정 혼내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나서 사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후 올바르게 지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벌을 동원하는 것은 아이의 행동을 수정하기 어렵습니다.      



포켓몬 카드

기철이가 아끼는 포켓몬 카드를 동생들이 찢었는데 엄마는 

“네가 형이니까 참아. "

"동생들한테 포켓몬 카드를 먼저 줬으면 이런 일도 안 일어났을 거 아니니?"

“그러게 왜 너만 갖고 놀다가 이런 사달이 나게 만들어.”     


늘 이런 식이었지요.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로 기철이는 학교에 오게 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누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쁘게 만들면 쌓였던 분을 참지 못했던 기철이는 폭력을 휘두르게 됩니다.      


부모가 자주 싸워 불안이 높아진 경우, 형제 관계에 금이 가고, 부모의 무관심으로 아이는 마음 붙일 데가 없지요. 동생만 편애하는 경우나 부모에게 자주 혼나는 경우 등 아이에게 쌓이는 스트레스는 복리 이자처럼 부풉니다. 차곡차곡 쌓인 스트레스는 학교에서 폭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엄마와 아이가 30분~ 1시간 정도 적은 시간이라도 같이 보내면서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좋아요. 관심의 양이 아니라 질인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도 알아요. 엄마가 바깥일을 해서 시간이 없다는 것을요. 잠깐이라도 밀도 높게 아이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숲 속사진관 그림책 표지

기철이 어머니께 이시원의 『숲 속 사진관』을 권했어요. 『숲 속 사진관』을 읽어주며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봐요. 




사자 가족

아빠와 아기들만 있는 고릴라 가족이나 미어캣 가족처럼 대가족, 악어와 악어새 같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족도 있어요. 가족의 형태는 다르지만 함께 기뻐하고 함께 울어주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족사진을 찍는 다양한 동물 가족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마음속에 화를 담고 있는 아이에게 축구나 인형놀이와 같은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함께 해보셔요. 고요히 아이와 눈을 맞추며 "사랑해."라고 이야기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렇게 아이와 신뢰부터 쌓은 다음에 교육해야 합니다. 우호적인 관계로 변한 이후에 단호하게 말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때리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훈육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자녀를 부모가 체벌하는 것은 오히려 폭력을 학습시키는 것과 같아요. 


둘째, 아이가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부터 줘야 합니다. 

아이에게 일이 일어난 이유와 과정을 들은 후 깊이 공감해 주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구구절절 말하는 것보다 밀치고 뺏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을 아는 아이. 동생을 때리면 엄마의 관심이 갑자기 집중되는 것을 아는 아이. 기철이와 같은 상황이 되면 그 행동을 반복할 수 있어요. 기철이도 형이긴 하지만 엄마의 사랑이 고픈 아직 1학년 어린아이일 뿐이거든요.     

친구를 때린 행동을 알게 되었다면 부모님은 그 이유를 찾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절대 그럴 일 없다면서 부정하는 것은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아울러 '친구를 다치게 하면 안 된다.'를 납득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합니다. 만약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는 비슷한 문제를 반복할 것입니다.    



 

맞아서 우는 아이

"영서가 내 발을 밟고 지나갔어. "     

"그랬구나. 많이 아팠지? 멍이 들지 않았어? 속상했겠다. "     

"괜찮아. "  

"그런데 그때 영서가 사과하지 않았어? "    

영서가 실수로 기철이 발을 밟았어요. 사과하려는 영서를 기철이가 바로 때리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기철이는 영서를 때려놓고 오히려 화를 내며 소리를 쳤어요. 

이럴 때 '내가 아파도 친구가 사과할 때까지 기다려 주기'와 같은 방법을 확실하게 알려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꼭 사과하도록 해 주세요.     




넌 정말 멋져 그림책 표지

미야니시 타츠야의 『넌 정말 멋져』를 같이 읽고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원칙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벼랑에서 떨어지는 티라노사우러

친구들을 괴롭히던 티라노사우루스를 변하게 한 것은 착한 바다 공룡 에라스모사우러스의 사랑 때문이었어요. 친구들을 괴롭히고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때 부모는 단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번 일관성 있게 가르쳐 주셔야 합니다.      



셋째, 아이가 착한 행동을 했을 때 크게 칭찬해 주기입니다.




혼내기가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공격성이 나타나는 아이의 일반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잘못된 폭력적인 행동을 했을 때, 놀란 부모는 과도한 반응을 합니다. 그 반응을 관심이라 생각하는 아이는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 아이를 부모는 혼을 내고, 반응하고 혼내는 상황이 반복되니 아이의 공격적인 성향이 강화된 것이죠.      




칭찬하기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아이가 친절하고 착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하면 됩니다. 아이의 좋은 행동을 발견할 수 있는 매의 눈이 필요하겠지요. 아이의 행동을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빨래한 옷을 잘 개켜서 자기 옷장에 넣은 일처럼 엄마를 도와주는 작은 일에도 아낌없이 칭찬해줘야 합니다. 동생과 사이좋게 잘 지낼 때라도, "동생을 잘 보살피고 같이 놀아줘서 고맙다."와 같은 표현을 자주자주 해줘야 합니다. 

만일 칭찬할만한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면, 일부러 역할을 줘 칭찬을 해 주시면 됩니다.      

"동생이 떼썼는데 기철이가 양보해 줬구나. 동생을 배려해 줘서 고맙구나"     

이렇게 평소에 아이에게 바랐던 덕목 즉 '배려' 나 '양보'라는 단어를 넣어서 칭찬해 주시면 효과 만점입니다.  


    

김유강의 ‘아무도 사랑 안 해’를 보고 마음속의 사랑이 딱 하나라면 누구를 위해 사용할지 어른 입장에서 사유해 보세요. 




아무도 사랑 안 해 그림책 내용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엄마를 통해 진정한 자기애, 가족애를 고민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진지한 엄마의 표정이 너무 공감되고 재미있는 표현이 엄마를 힐링되게 합니다. 엄마로서 사랑을 다시 생각해 보세요.

다른 학부모와 교사에게 방어하기에 급급하지 말고 우리 아이의 미래에 집중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죠. 


때린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학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교사로서 제가 아이를 만나는 시간은 달랑 1년이에요. 어머니와는 비교가 되지 않아요. 제발 아이를 도와주세요. 기철이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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