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주의와 자유주의의 사랑

by 민혁

'동경이란 이해와 가장 먼 감정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동경하는 대상은 내가 바라는 모습대로 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기란 참 힘든 일이죠.

사랑을 믿으시나요? 전 사랑을 믿기는 하지만 변하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사랑은 변하지 않고 상황만이 변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느낀 사랑은 그대로이지만 다른 상황에서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없어지는 것은 그 상황에 맞는 감정인 것이죠. 너무 궤변인가요?

그래서 사랑이랑 연애는 아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기대'고 연애는 '계약'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섭섭함을 느낍니다. 그 사람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행동했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내 기대에 그 사람의 반응이 미치지 못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애인이 다른 사람과 밥만 같이 먹어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애인이 대놓고 외도를 하다 걸려도 심드렁하게 넘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애초에 애인에게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연애는 계약적입니다. 각 개인이 어떤 행동을 하든 그들이 서로에게 약속한 것을 어기지 않는다면(어기더라도 계약을 수정한다면) 유지가 됩니다.

윤리 교육 학도로서 표현하자면 사랑은 공화주의적이고 연애는 자유주의적인 면이 있습니다.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를 가장 중요시하고 사회를 공공이익에 대한 하나의 협력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합리적이지만 인간관계를 계약 이상의 관계로 보지 않는다는 도구주의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습니다. 자유주의자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나 인류애적인 관점이 아닌 사회적 계약에 따른 올바른 행위를 실천하는 것뿐입니다.

공화주의자들은 공공선과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사회는 단순한 계약의 산물이 아닙니다. 모두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개인의 의지를 한데 모으는 것을 중요시 여깁니다. 다만 이러한 공화주의는 사회의 목적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킨다는 비판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공화주의자들의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연애에 대한 이상향을 그려놓고 거기에 맞추지 않는 것을 악으로 생각합니다.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자유주의자들의 모습입니다. 그들은 사전에 약속한 행위 이상의 사랑 표현 등을 불필요한 의무로 간주합니다.

사실 자유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와 공화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은 같습니다. 잘 협력하는 사회와 자유로운 시민들이죠. 그 근본과 실천 방안의 원리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일 뿐입니다. 앞서 말한 각각의 사상에 대한 비판점은 그들의 사상들 중 일부를 극대화하여 가정한 결과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하는 사람도 연애를 하는 사람도 결국 추구하는 것은 같을 겁니다. 그 사람과 맺은 협력적인 관계를 이상적으로 유지하는 것. 내가 사랑을 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는 사람 중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상대방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본다면 어떨까요? 모두들 안정적인 사랑, 따뜻한 연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