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 손과 두 발만 믿었다

작은 발자국이 길이 된다

by 김태진

어릴 적부터 난 ‘기술’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문학을 좋아했고, 부산친구들과 웃소 떠들고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을 좋아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독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ESG 기업의 대표가 되어 있다.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뭔가 좀 더 마음의 모순없이 살 수는 없을까’ 하는, 아주 조용한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살던 지역에서 쓰이던 엔진오일 하나조차,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것을 보고 늘 마음이 불편했다.
“이왕이면 좋은 것, 사람과 지구 모두에게 좋은 것을 전하고 싶다.”



2008년 대학 후배따라 여행차 잠깐 들렀던 독일 Fulda에서 지금 독일 사업파트너와 처음 만났다.

비가 오는 쌀쌀한 오후였다. Tim CEO를 만난 그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화학분야, 생소한 케미컬을 국내 에서 독점 브랜드로 창업해 보기로 했고, 이후 탄소, 수소, 세라믹 등 많은 지식과 현장의 기술을 현지에서 직접 배우게 됐다. 언어도 생활도 공부도 매일 포기하고 싶었다.


조언도 롤모델도 비전도 모두 희미했지만 믿을 건 오직 내 두 손 두 발이었다. 작은 용기가 길을 만들고 있었다. 판이 커진 것이다 결국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베에프코리아(주)를 설립했다.


세상은 나를 기술자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나는 내 두 손과 두 발로 답을 찾아 나서며 독일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통전문 창업가로 거듭났다.
발로 독일의 경쟁 제품 연구소와 공장을 뛰었고, 손으로 직접 제품을 테스트하며 묻고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어면서 성장하고 발전했다. 주위 모든 사람들의 불안을 지웠다.


요즘 ESG는 트렌드처럼 여겨지지만, 이전부터 나에게 ESG는 ‘사람을 향한 기술의 책임’이었다.
사람이 쓰는 제품이라면, 그 제품 또한 사람처럼 따뜻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의 사업은 메시지보다 메신저를 먼저 본다. 10년 넘게 시행착오의 8할은 사람들의 리스크였다.

초기 생존이 목적인 사업이 사람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데스벨리를 거쳐 캐즘을 이겨내고

수 없이 부서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내 브랜드, 이름,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라 여긴다.

‘기술은 사람을 닮아야 한다’는 말. 그 말을 실천하려고 애쓰는 과정이 내 삶의 전부였다.

나는 지금도 손으로 글을 쓰고, 발로 사람을 만나며, 기술이라는 딱딱한 단어에

온기를 불어넣는 삶을 살고 있다.

나의 두 손과 두 발이 만들어낸 이 길 위에, 오늘도 작지만 진심 어린 발자국 하나를 남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그 발자국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위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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