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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Dec 09. 2022

50원의 행복 2

라디오 사연 보내기

<50원의 행복> 2로 돌아왔다.


라디오 사연 보내기를 취미로 삼은 청취자들은 라디오를 더욱 애정 하게 된다. 왜 그럴 것 같은가?


우선, 정성 들여보낸 내 사연을 DJ가 읽어줄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1부에서 보낸 사연이 2부 마지막에 소개될 수도 있다. 중간에 라디오를 끄거나 채널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여기서 잠깐, 번외 편 이야기를 해 보자. 어디까지나 100% 주관적인 나의 짧은 소견이다.

보낸 사연이 소개되는 경우의 수는 다양했다. 정답이나 지름길이 없어 보였다. 다만, 새싹 청취자(프로그램에 처음 사연을 보내온 청취자를 일컫는 호칭)가 보내온 사연은 보다 자주 소개되었다. 처음으로 사연을 보냈는데 자신의 사연이 방송을 탄다면, 그 청취자는 다음에도 또 그 방송을 들어줄 확률이 높을 테니까 말이다.


방송 시간대도 변수였다. 아무래도 낮 시간대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밝고 짧은 사연들을 선호하는 듯했다. 반대로 늦은 오후나 저녁 시간대에는 차분하고 조금 긴 사연도 흔쾌히 소개가 되었다.


특히, 자신의 개인 에피소드가 사연에 포함하면 방송 탈 확률이 높아 보였다. 

‘정답 1번, 낚시’라고만 쓰인 밋밋한 사연보다는 ‘정답 1번, 우리 가족만 알고 있는 비밀의 장소로 낚시 가는 중이에요. 물고기들이 잘 놀러 올 만한 노래 부탁드려요(정말 낚시를 가는 차 안에서 이 문자를 보냈고 사연이 소개되었다)’라고 쓰인 문자가 라디오 작가 눈에 더 잘 띄지 않겠는가?


센스 있는 에피소드나 말장난을 덧붙여

보내보시라. 방송에서 자신의 사연이 전국에 소개될지 누가 아는가?


둘째, 사연이 소개되었을 때 주어지는 상품도 괜히 라디오 앞을 서성이게 만든다.

수제 아이스크림 업체 직원 분이 아이스박스에 아이스크림 12개를 고이 담아 전해주셨다. 아이스크림이 녹는 상품이다 보니, 제주시 가게에서 직접 배송해주셨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정말 맛나게 먹었다.


육지에서 간장게장이 배송되어 맛있는 한 끼를 선물 받기도 했다.


제주도에 낙타가 있는 걸 아셨는가?

낙타 트래킹 상품권으로 낙타 위에서 멋진 포즈를 남긴 액자가 거실 벽에 걸려있다(사진액자는 별도 부담입니다). 보통 커피 쿠폰 선물은 모바일로 상품이 전달된다. 이때 발신자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이다. 마치 DJ와 차 한잔을 나눈 듯한 생소하고도 귀한 시간을 보낸 듯하다.


물론 잊지 못할 당첨 선물 해프닝도 있다.


홍진경 님의 전 세트가 당첨되어 집에 배송이 되었는데 당시 제주 배송지연으로 전이 다 녹은 상태였다. 선물을 받은 것이니 버릴 수도, 먹을 수도 없는 상태로 연락을 드려보았다. 너무나도 친절히 새로운 전 세트가 배송되어왔는데 이번에는 더 많은 얼음생수병(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홍진경 님의 택배는 아이스팩 대신 생수병을 얼려 얼음 대신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을 넣어주셨다. 꼼꼼함과 세심함에 깜놀!


당첨 선물이 너무 늦게 배송되었다며(난 사실 잘 몰랐었다) 수제 초콜릿과 스누피 가든 입장권을 함께 보내주신 방송도 있었다. 날씨 탓으로 계속 일정을 미루다 마지막 날 방문을 했고, 연휴와 겹치는 바람에 관광객과 도민들이 모두 스누피 가든에 모인 듯했다.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비까지 내려 비와 추위를 견디며 관람을 다녔다. 감사하고도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다.


그럼 당첨 선물 받으려고 50원을 들여 사연을 보낸다고 생각하시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사연이 소개되지 않아도, 당첨 선물을 받지 못해도 라디오는 나의 진득한 벗이다.


인생길에서 예상치 못한 길에 들어섰을 때 누구나 두렵다. 갑자기 서귀포에서 살게 되었을 때 막막했다. 엄마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그 순간 먹먹했다. 홀로 광야 길에 놓인 적이 있는 사람은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그 자체가 위안이라는 것을 안다.


이제 당신 차례이다. 라디오 버튼만 누르면 된다. 평생 무제한 우정에 무지개다리 건널 일 없는 반려 라디오가 따뜻한 목소리로 당신 곁을 빛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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