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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09. 2022
50원의 행복 3
나의 최애 라디오 프로그램들
<50원의 행복> 3으로 또다시 돌아왔다.
라디오를 애정 하는 나로서는 끊이지 않는 글감이라 나누고픈 마음에. 이히히^^
우리 집이 서귀포 중산간 지역이다 보니, 육지의 라디오 주파수나 제주시 주파수와는 다르다.
그래서 주로 주파수가 잡히는 방송의 개수도 약간의 제한이 있는 것 같다. 핸드폰 어플로도 듣기는 한다. 그런데 블루투스 연결도 귀찮고, 어플에서 듣고 싶은 방송을 계속 바꾸면서 듣는 것도 생각보다 번거롭다.
내가 딱 듣고 싶을 때 버튼만 누르면 되는 아날로그 방식이 좋은데. 그래서 오디오 카세트를 사볼 까도 했는데 신랑 왈, 우리 집에서는 주파수 잡기가 제한적이라 하여 포기했다. 그래서 요즘은 운전하면서 그냥 들리는 4-5개 방송을 고정해 놓고 듣거나 방송사의 어플로 특정 방송 듣는 것을 더 선호한다.
좋은 것은 나누라 했으니, 라디오 시리즈로 3까지 온 마당에 소개를 해보겠다. 어디까지나 100% 주관적으로 내가 즐기는 방송들이다. 조금 아줌마스러울 수도 있으나, 난 아줌마다.
TBS의 ‘박철의 방방곡곡’ 프로그램의 고혈압 퀴즈는 최애 코너이다. 두 청취자가 전화로 퀴즈를 맞히는 것인데 엉뚱한 답변들을 얘기할 때가 많아 처음에는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오해했었다(생방송 전화 퀴즈라, 당황해서 엉뚱한 답변이 나오는 것임을 계속 듣다 보니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박철 DJ가 퀴즈를 맞히지 못하는 청취자에게 보내는 특유의 독설과 깊은 한숨, 실로폰 땡 소리는 들을 때마다 배꼽 빠진다. 그렇게 크게 호통을 치고 실로폰으로 땡땡땡!! 을 여러 번 쳐대는데도 틀린 사람, 듣는 사람 모두 흐뭇하게 만드는 방송이다.
요즘은 ‘윤고은의 EBS 북카페’에 자주 들른다. 윤고은 작가가 책을 읽어주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신선하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옛날(?) 사람으로서, 오디오북의 오랜 울림에 매번 놀란다.
‘윤고은의 EBS 북카페’ 바로 이전 시간에 방송되는 ‘정경의 11시 클래식’ 은 가끔 들른다. 워낙 클래식에는 문외한이라, 이 방송을 소개한다는 것이 나 스스로 일단 부끄럽다. 클래식 제목을 맞추는 2지 선다형 퀴즈에서 난 당당히 오답을 보냈다(한국 가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친숙한 클래식이 나오면 반갑고, 클래식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줄 때는 괜히 귀를 더 쫑긋 세우게 된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다가 선입견이었구나 깨닫고 반성한 적도 있다. CBS의 ‘그대 창가에 알렉스입니다’ 방송이 그 예이다.
예전부터 알렉스 님 하면 떠오르는 느끼함(일각에서는 다정다감이라고도 부르는)을 전혀 선호하지 않았었다. 한 프로그램에서 데이트를 하며 여인의 발을 닦아주는 장면을 본 바로 그때부터(정말 오래된 이야기다. 이 장면이 떠오르면 당신은 옛날 사람이다) 알렉스 님을 고이 보내드렸다.
그런데 알렉스 님의 라디오를 우연히 듣게 되면서 아침 시간임에도 낮은 중저음 목소리와 특유의 개그, 신뢰감이 느껴졌다. 장문의 사과 문자를 보냈고, 알렉스 님은 커피 한잔으로 나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주셨다.
제주 MBC의 ‘즐거운 오후 2시’는 제주에서 매우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오창훈, 임서영 DJ가 제주어 퀴즈를 내는데 놀라지 마시라! 한국말인데 무슨 말인지 진짜 모른다. '에이 설마'가 사람 잡는다. 영어 듣기 평가보다 제주방언 듣기가 조금 더 난이도 상이라면 이해가 되실는지?
처음에는 무엇을 뜻하는지 맞춰보는 퀴즈라 문자를 보낼 심산으로 들었는데, 어? 어라? 뭐라는 거? 이게 내 초창기 방송을 들을 때 반응이었다. 지금은 들리거나 말거나 퀴즈에 등장하는 강아지 '쫑'에게 하소연하는 두 DJ의 사투리가 우스워 즐긴다.
하루 중에 아주 잠깐이라도 가성 비적인 사치를 부려보고 싶다면 라디오 강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