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깨작 May 11. 2023

갑자기 새연교

뭔가 내 인생의 아름다운 찰나

어제 저녁식사를 하다 생긴 일이다.


날씨도 선선하고 어스름한 노을이 지니, 밤산책이 생각났다. 그 순간 신랑이 말했다.

"우리 천지연 산책 갔다 올까?"

"모야 나도 지금 그 생각했는데 왜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거야~~"

괜스레 한마디 하고는 집을 나섰다.


저녁식사를 할 때는 해가 있었는데 정리하고 나니 밖이 어둑어둑해졌다. 그래서인지 천지연 폭포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왼편에 새연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새연교 산책할까?"

"그러자!"


세 남자도 좋다 하니 좌회전을 해 새연교로 향했고.

다리 앞에 서니 더 아름다워 보이는 새연교가 반가웠다.

"우리 너무 오랜만에 여기 왔네"


선선한 바다 바람, 바다 내음, 거대하고도 멋진 새연교 야경에 기분이 좋았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새섬도 한 바퀴 돌자는 얘기가 나왔다.

"새연교만 걷자, 힘들 텐데. 나는 신발도 크록스 신고 나왔는데"

"10분이면 다 돌아! 엄마!"


내가 시큰둥하니, 새섬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세 남자가 조깅 비슷한 것을 했다. 하긴 산책이라 해도 새연교가 짧은 거리이기는 하니까.


"그래 알았어. 지금 나 때문에 여기 데크에서 뛰는 거잖아. 새섬도 돌아"


그렇게 우리의 밤산책은 천지연 입구에서 새연교로, 그리고 새섬까지 이어졌다.


어둑했지만 산책 나온 사람들도 꽤 있었고 풀 냄새, 두 귀 가득한 개구리 소리에 깊은 숲 속에 있는 듯했다. 물론 멀리 보이는 밤배들의 불빛도 멋진 야경의 찰나였다.


"뭐 이 정도면 다음에도 걸을 수 있겠네~~"

생각보다 좋았던 나는 머쓱해서 다음을 기약했다.


갑자기 나간 산책이었는데 몸도 마음도 가뿐해진 시간이었다. 뭔가 내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을 보내고 있구나 싶은 밤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참치액의 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