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각 문학

독서의 시작

by 곱슬머리 태야

마음 / 나쓰메 소세키


나는 차가운 머리로 새로운 말을

하기보다 뜨거운 혀로 평범한

말을 하는 게 살아 있는 거라고

믿고 있거든, 피의 힘으로 몸이 움직이기 때문이지






황폐한 마을 / 올리버 골드스미스(Oliver Goldsmith)

악덕을 먹이로 달라고 재촉하는 불행한 땅,

재산은 쌓여 가는데, 인간은 쇠락해 가는구나





유랑 / 박성우


백일도 안 된 어린것을 밥알처럼 떼어 처가로 보냈다


아내는 서울 금천구 은행나무골목에서 밥벌이한다


가장인 나는 전라도 전주 경기 전 뒷길에서 밥벌이한다


한 주일 두 주일 만에 만나 뜨겁고 진 밥알처럼 엉겨 붙어 잔다


- 자두나무 정류장 / 창비,2012






" 아기보다는 일반 가전제품이 더 상세한 취급 설명서와 함께 온다."

- 알랭 드 보통




배추 절이기 / 김태정


아침 일찍 다듬고 썰어서

소금을 뿌려놓은 배추가

저녁이 되도록 절여지지 않는다.

소금을 덜 뿌렸나

애당초 너무 억센 배추를 골랐나

아니면 저도 무슨 삭이지 못할

시퍼런 상처라도 갖고 있는 걸까



점심 먹고 한 번

빨래하며 한 번

화장실 가며오며 또 한 번

소금도 가득 뿌려주었는데



한 주먹 왕소금에도

상처는 좀체 절여지지 않아

갈수록 빳빳이 고개 쳐드는 슬픔

꼭 내 상처를 확인하는 것 같아



소금 한 주먹 더 뿌릴까 망설이다가

그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제 스스로 제 성깔 잠재울 때까지



상처를 헤집듯

배추를 뒤집으며

나는 그 날것의 자존심을

한 입 베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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