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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콘텐츠연구소 Sep 02. 2022

우리 역사 속의 범죄자들.14.막가파

14. 미디어가 낳은 모방 범죄, 막가파

14. 미디어가 낳은 모방 범죄, 막가파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국민의 알권리가 강화되면서 우리는 원치 않는 정보들 혹은 몰랐으면 좋았을 정보들까지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말이다. 이번 시간에 이야기할 사건 역시 그런 케이스 중 하나이다.


1994년 지존파 사건이 알려지며 세상이 떠들썩해졌고, 그들의 범죄 행각이 밝혀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보도는 지나치게 자세했고, 자극적이었다.


평소에 조양은(양은이파 두목)의 영화를 보고 그를 흠모하며 따라하고 싶었던 최정수는 지존파의 범죄 행각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바로 자신도 지존파 같은 살인 조직을 만든 뒤 세력을 키워서 조양은처럼 전국적인 범죄 조직의 보스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조양은의 실화로 만든 영화 <BOSS>(1996)


21살의 최정수는 20살에 이미 전과가 3범인 박지원, 7범인 정진영을 만나 지존파같은 조직, 막가는 인생들의 조직이라는 뜻으로 막가파를 만든다. 그리고 성남 모란시장의 유흥업소에서 유삼봉, 김진오, 박종남 등을 모아 9명이나 되는 인원을 모은 다음 지존파처럼 자신들의 행동강령을 만든다.



1. 배신하는 사람은 죽인다.

2. 화끈하고 멋지게 살다가 죽는다.

3. 잡히게 되면 그 자리에서 죽기로 맹세한다. 등



이렇게 뜻을 모은 이들은 지존파처럼 부자들을 모두 죽이기로 마음 먹고 청계천에서 회칼이나 야구 방망이 등의 흉기를 구입한다.


                                                          MBC 뉴스 자료화면


이들은 이후 주로 '퍽치기'(야구방망이, 벽돌로 뒤통수를 때리고 금품을 빼앗는 행위)를 통해 금품을 마련했는데, 특히 주유소에 3번이나 침입하여 직원들을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칼로 위협하며 금품을 빼앗았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주유소 습격 사건'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 - 시네마서비스


그리고 1996년 10월, 그들은 혼다 어코드를 몰던 41세의 김씨(여성)을 납치하기로 계획하고, 그녀가 귀가하던 길에 칼로 위협하여 자신들의 소나타에 납치하여 손을 묶는다. 그리고 김씨가 가지고 있던 현금 40만원과 카드를 빼앗고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다음날 아침 약 900만 원을 인출하게 된다. 


이후 그들은 김씨를 화성군 송산면의 한 소금창고로 데려가 구덩이를 파고, 그곳에 밀어 넣는다. 김씨가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최정수는 담배를 주며 피우게 하며 "돈은 더 있어?"라고 물었고, 김씨가 '돈은 더 없어요'라고 하자 그대로 흙을 덮어 생매장을 한다.


그러나 김씨가 연락두절이 되자 일주일 뒤인 10월 12일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했고, 10월 28일 새벽, 김씨의 승용차로 남한산성 부근을 지나던 막가파 일당은 경찰의 검문에 걸리게 된다. 차량조회 결과 이들이 탄 차가 범죄 용의차량으로 신고된 차량임을 확인한 경찰은 이들을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를 하였고, 막가파 일당은 자신들이 벌인 범행을 자백한다.



이들의 자백을 바탕으로 소금창고에서 김씨의 시신을 발견한 경찰은 체포된 인원 외의 다른 일당까지 모두 검거하였고, 김씨를 왜 살해했냐는 질문에 최장수는 "살려주면 신고할 것이 두려워서 죽였다"고 대답했다.


결국 이들 막가파 9명은 살인, 시신유기, 범죄단체결성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살인을 주도한 최정수는 사형, 박지원, 정진영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며, 나머지 6명은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6년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까지 선고를 받는다.


특히 정진영은 선고 후 퇴청하는 재판부에게 "야! 이 개새끼야! 네가 판사냐? 우리가 평생 징역 살줄 알아? 나가면 너부터 죽여버릴거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형이 실질적으로 폐지가 되며 최정수는 현재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라고 한다.



본 시리즈의 처음에도 이야기했듯 요즘 범죄와 관련된 교양예능이나 드라마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알고 싶지 않은 혹은 알지 말았어야 할 정보들을 습득하게 되기도 한다. 사건 자체가 지닌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가끔은 지나치게 자세한 정보들로 인해 모방범죄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지존파를 따라했던 이들 막가파처럼 말이다.


공익성과 알권리,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 쯤에 존재하는 타협의 선을 찾아내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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