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빛의 계단

by 이지훈
IMG_1193.jpg 남원 큰엉해안, 올레길 5코스


빛의 조각 흩날리네

파도 끝을 베고 누운 너의 잠

흐린 하늘 틈새에서

은빛 바늘로 꿰매는 시간


나는 멈춰 선다

바람은 날 밀어내고

물결은 길을 열어

나를 부른다


오, 윤슬의 길을 따라가네

끝없이 흐르는 은빛 꿈

오, 그림자는 흔들리네

나를 붙드는 기억의 틈


나를 품던 낮은 담장들

이제는 발끝을 더듬는 그림자네

안전했던 둥지는 덫이 되어

길을 가로막으려 하네


나는 닻을 끊고 떠난다

은빛 물결을 밟으며

끝나지 않는 바다로

문을 연다


오, 윤슬의 길을 따라가네

끝없이 흐르는 은빛 꿈

오, 그림자는 흔들리네

나를 붙드는 기억의 틈


바다는 그를 안았네

은빛 문이 열리며

나는 흩어지네


여기선 시계도 이름도 없네

파도는 오래된 노래를 부르고

나는 처음으로 자유롭게 숨을 쉬었지


하나인 듯, 하나 같지 않은 몸짓들

서로 다른 리듬을 타며

흔들리는 빛의 춤사위

수면 위로 부서지는 빛의 조각들


모두 다르고, 모두 빛나네

한 줄기의 춤

천 개의 떨림


모두가 떠났던 자리

나는 이제 머물리라

죽음은 끝이 아니라

빛 속으로의 시작이라


오, 윤슬의 길을 따라가네

끝없이 흐르는 은빛 꿈

오, 그림자는 흔들리네

나를 붙드는 기억의 틈


빛이 날 감싸네

끝없는 길 위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윤슬과 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