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하지 않을 법한 영화 보기

나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방법

by 라라

방학의 장점이 무엇인가. 바로 시간이 널리고 널렸다는 것이다.

이 소중한 기회를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좋아하는 놀이를 해야 한다. 나에게 그 놀이는 영화 보는 것이 해당된다. 그런데 아무리 OTT를 뒤져봐도 도무지 끌리는 게 없다. 이건 사실 요즘 많은 OTT 시청자를 겪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냥 좀 '킬링 타임' 할만한 콘텐츠를 찾으려던 것인데, 실제로 시청하는 시간보다 찾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쓴다는 것.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신뢰하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는 거다. 내 경우엔 나보다 영화를 더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리틀 이동진인 그에게 여름방학 영화를 추천하라고 부탁했다. 영화광답게 그는 바쁜 와중에도 리스트를 뚝딱 만들어주었다. 무려 10가지나.

그가 만들어준 리스트를 살펴보니, 내가 스스로는 선택하지 않았을 법한 신선한 영화들이 많았다. 게다가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엄선했기에, 아마도 내 취향이 고려된 작품들일 것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추천받는 것의 장점이다.


애정이 담긴 리스트의 영화들을 모두 보는 데에는 한 달이면 충분했다.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리스트에서 가장 끌리는 것을 골라 봤다. 어떤 영화는 예상한 만큼의 재미가 있었고, 어떤 영화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놀라움을 줬다. 어떤 건 단순하게 '재밌다'라는 감정으로만 정의할 수 없이 심오했고, 어떤 건 별생각 없이 가볍게 웃어도 될 정도의 감정을 주었다. 또 다른 건 내 상황을 공감하며 위로했고, 또 어떤 건 내 상황을 잊게 해 줄 만큼 짜릿했다.


열 편의 추천 영화는 '킬링 타임'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간을 살려냈다. 따분함에 침몰될 뻔한 내 안을 풍요롭게 했다. 이전에 생각하지 못한 생각들을 하게 해 주었다. 나의 세계를 확장해 주었다. 내 방학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었다.


알고리즘에 지배당하는 요즘, 늘 비슷한 것들만 보게 되고, 그런 것들에 끌려간다. 그런 것들이 내 취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때로는 취향에도 환기가 필요하다. 내가 몰랐던 나의 취향을 발견할 기회를 놓치지 말자. 나답지 않은 선택을 통해서 나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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