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여행의 이유
이전까지 혼자 제대로 여행해 본 적이 없었다.
여행을 정말로 좋아하지만, 나 홀로 떠나는 걸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방학이 찾아왔을 때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방학이 찾아오라는 법은 없다. 선택지가 없었다. 여행은 가고 싶고, 시간 맞는 사람은 없고. 그렇게 홀로 떠나게 되었다.
혼자 부담 없이 다녀오기 좋은 곳들을 찾다가, 교토로 목적지를 결정했다. 다른 여행 같았으면 같이 가는 사람의 취향과 성향을 함께 고려해서 계획을 짰겠지만, 이번 여행은 철저히 나만의 입맛에 맞췄다. 오로지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내가 가고 싶은 장소에 방문하고, 나의 템포에 맞춘 여행. 내가 이기적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그동안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며 결정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돌아보니, 이번 여행을 나에게 선물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 여행이라는 명목 하에 떠난 이 여정은 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우동을 더 좋아하고, 멍 때리기를 좋아하며,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생각한 것만큼의 겁쟁이는 아니었고, 생각한 것만큼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벅차오르는 노래를 좋아하고, 화려한 옷보다는 편안한 옷이 좋아졌다.
출국 전 고독감이 들까 봐 걱정했는데, 나중엔 오히려 해방감과 자유로움이 찾아왔다. 멍 때리고 싶은 만큼 멍 때릴 수 있고, 내가 걷고 싶은 길을 선택해 걸었다. 눈치 보지 않고 내 취향의 카페를 찾아 먹고 싶은 메뉴를 시켰다. 아무도 말 걸지 않아, 오로지 음식의 맛에 집중하니 여행이 끝난 후에도 맛의 기억이 오래갔다. 이거 괜찮을까 하고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내 주관 100%로 결정해 선물을 샀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니 혼자 가는 여행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가게 될 곳을 정하고 현지에 닿는 느낌에 집중하다 보니 잡념이 들 틈이 없었다. 생각이 많을 땐 낯선 곳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걸 느꼈다.
날 찍어주는 사람이 없어 인생샷을 담을 수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결국 그게 그리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날 담아보는 것이 나름 재밌었다. 그리고 소심한 마음을 먹었던 것이 무색하리만큼 행인들은 흔쾌히 사진 찍는 걸 도와주었다. (참고로 아시아인이나 한국인에게 부탁하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잘 찍어주신다.)
여행은 늘 좋지만, 나 홀로 여행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을 선호하겠지만, 필요할 때는 혼자서도 충분히 떠날 용기가 생겼다. 무엇보다, 나에게 집중한 여행을 일상으로도 조금은 가져와보려고 한다. 너무 다른 사람의 눈치 보지 말고 나다운 선택을 하는 것. 인생이라는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