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빛으로 물드는 여름
여름에 색이 있다면 무슨 색일까.
푸릇푸릇한 나무를 닮은 초록색. 화창한 하늘을 닮은 하늘색. 깊고 짙은 바다를 닮은 파란색. 푸른 계열의 색들이 떠오를 때가 많지만, 이번엔 주황색이 떠올랐다.
몇 살이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까마득하게 어린 시절의 어느 여름날이 떠올랐다. 엄마였는지 유치원 선생님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정한 어른의 손이 거뭇하고 축축한 잎들을 나의 손톱 위에 올리고 랩으로 감쌌다. 시간이 지난 뒤 내 손톱은 진한 주황색으로 염색되어 있었다. 그때의 신기했던 기분이 아직까지 느껴진다.
그 뒤로 한 번도 다시 봉숭아물을 들인 적이 없는데, 문득 이번에 여름의 꽃을 손톱에 들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소에 갔더니 역시 없는 게 없다. 천 원의 행복이다. 더 많이, 오래 올려둘수록 색은 진해진다. 진한 여름방학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껏 올려두고 색이 물들기를 기다렸다.
손톱과 발톱이 붉게 물들었다. 여름의 노을이 떠오른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의 하늘의 색을 닮아 더욱 기분이 좋다.
좋은 것들로 물들이고 싶은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