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이번 방학에 있어서 가장 큰 이슈는 수영이었다.
서른이 되도록 물에 뜨는 법도 몰랐다. 그러다 최근에 여름과 어울리는 영화들을 보고 나서 나도 바다에서 두려움 없이 유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바다에 빠졌을 때 스스로를 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의지가 생기고도 처음 해보는 일이다 보니 망설여졌다. 동네에 있는 수영장 정보들을 빠삭하게 흡수하고 비교해 보고 나서도 시작이 두려웠다. 난 수영복도 없는데. 숨 쉬는 법도 잘 모르는데. 같이 수영하러 갈 친구도 없이 혼잔데. 텃세 있는 수영장이 많다던데. 목욕탕에도 사춘기 이후로 안 간지 오래됐는데 수영장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샤워는 어떻게 하지.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신청 기간을 놓치고 후회할 것 같았다. 사실 시작하기에 장벽이 높은 운동이 수영이라고 한다.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수영복을 사버렸다.
어쩔 수 없었다. 수영복을 샀으니, 수모도 사야 하고 수경도 사야 했다. 들고 다닐 샤워 용품과 수영 가방도 사야 했다. 준비물들을 다 갖추었으니 이것들이 쓰임을 다 하려면 진짜 수영 강습 신청을 해야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주변 몇 곳의 수영장에 전화를 걸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강하기로 했고, 마침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딱 좋은 오전 시간대에 자리가 있었다. 한산한 시간대를 활용할 수 있다는 방학의 장점을 제대로 경험하기로 했다.
수영을 하기 전에 들었던 여러 가지 우려들은 수영 강습 첫날 모두 사라졌다. 선생님은 수영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맞춰 잘 가르쳐 주셨다. 의외로 사람들은 남에게 크게 관심이 없었다. 같은 반 어떤 수강생 분은 새로 온 나를 환영해 주기도 했다. 처음 하느라 어색한 것들은 적응할수록 괜찮아졌다. 지레 겁을 먹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시작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배우게 된 수영은 생각보다 좋은 점들이 많았다. 일단 가만히 있으면 호흡이 어렵기 때문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했고, 그래서 그런지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아주 초급이라 한 동작 한 동작에 집중하느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호흡을 부지런히 하고 발차기를 더 잘하는 데 신경을 쓰느라 수업 시간 50분만큼은 잡념이 들지 않아 마음에 안정감이 들었다. 진도를 나가면서 수면 아래에서 코로 내쉬기 전에 잠시 숨을 참아보는 호흡을 연습했는데, 물속에서만 느껴지는 고요함을 경험했다. 이 느낌이 좋아서 물에 대해 조금 남아있던 무서움도 줄었다.
물 안에서 내 몸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재밌기도 했다. 호흡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점차 몸이 동작을 하나씩 배우고 적응하고 있는 것이 즐거웠다. 물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는 게 기분 좋았다. 아직 초급 단계라 여전히 킥판을 사용 중이지만, 언젠가 맨몸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되면 얼마나 그 좋은 느낌이 더 커질지 기대된다.
물론 운동으로써도 굉장히 좋다. 전신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근육도 많이 쓰인다. 열심히 수영한 날은 제법 숨차고 다음날 근육통도 있다. 건강한 운동을 알차게 했다는 생각에 성취감도 많이 든다.
늘 시작하는 건 어렵고 망설여진다. 그런데 일단 첫 발을 내디뎌보면 그다음은 생각보다 쉽다는 걸 이번 수영을 통해 다시 체감한다. 오전 시간대에 수업을 들었어서 나이 많으신 분들도 굉장히 많이 보였다. 정말 즐겁게 수영을 배우시고 샤워할 때도 수영 이야기를 즐겁게 하시는 걸 보면 배움에 있어서 늦은 나이는 없는 것 같다. 나도 훗날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즐겁게 수영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