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에 찔려

- 지지아나에게

by 박재연



물방울이 돋는 찬 소주병을 오른손으로 잡고

너는 왼손으로 낮술의 병목을 비틀었지


낡은 에어컨이 그릉그릉 돌고

눈을 찌르는 햇살이 블록 담장에 걸터앉아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부대찌개집이었어


중언부언의 말부림에

펑펑 울다가 웃다가

썩은 송곳니 하나가 전중혈을 찔러 왔어


소나무를 ID로 쓰는 사람은 이번 생에 잘못 내린 환생환자들

요리조리 감기는 더듬이가 없어 손톱에 핏물이 드는 사람들


언니! 제주에서는 소나무를 소낭이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우리는 과가 같은 닮은 종이죠


나는 웃음 안쪽 캄캄한 목젖을 따라 오장육부의 골목골목을 청맹으로 더듬으며

어느 장기가 이처럼 과민하게 흔들리는지


낮술의 모가지를 함부로 비틀며 몹쓸 예감을 자행하던

소낭은 안개 섬의 오필리아로 떠오르고


개복(開腹)이라니!


아말감의 어금니가 번쩍이는 고백 앞에 끌려 나가

한 사람의 일생을 받아 낸 적이 있다


예감에 찔린 적이 있다

동해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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