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종사자, 오늘도 조용히 뉴스 속 관세 표정을 읽는다
며칠 전, 미국과 한국 사이의 관세 협상이 또다시 연기됐다는 뉴스를 봤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 뉴스는 늘 많고, 대부분은 내 일상과 딱히 접점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번만큼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이, 그 협상의 결과에 따라 위태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동차 부품을 만든다.
크고 작고, 기능성 있고 없고를 떠나
하나하나 쌓여 완성차가 된다.
그런데 그 완성차가 미국으로 못 나가면?
부품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감이 줄면, 우린 바로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은 내수가 튼튼한 나라가 아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내수가 덜컥 받아주는 구조가 아니다.
수출이 줄면, 결국 버티기 힘들어진다.
사람들은 "그래도 관세 낮춰서 다행"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업계 사람으로서, 난 좀 더 복잡하게 본다.
관세는 낮아지지만
그 대가로 미국산 부품을 더 사야 한다면?
미국에 공장을 더 지으라고 하면?
세금, 고용, 물류까지 계산하면… 과연 '다행'일까?
겉으론 숨통이 트인 것 같지만
속으론 지불해야 할 게 훨씬 많을 수 있다.
그게 협상의 무서운 점이다.
이번 협상은 그냥 수출·관세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구조, 공급망 주권, 미래 먹거리의 방향이 달린 문제다.
자동차 산업은 단순히 차를 만드는 산업이 아니다.
그 안엔 수많은 부품사, 가공업체, 설계팀, 물류, 연구소, 서비스직까지
거대한 생태계가 얽혀 있다.
우리는 지금 그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정말 어려운 협상 테이블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좀 무겁다.
이런 국제 이슈가 내 책상 위의 일감으로 직접 연결될 줄은
몇 년 전엔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세상이 복잡해졌고, 우리는 그 복잡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누구에게나 일이란 건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창’이기도 하다.
나는 부품을 만든다.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없으면 안 되는 것들.
그 조용한 부품 하나하나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달려 있다.
그래서 오늘도 뉴스 속 숫자 하나, 회의 일정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뒤숭숭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