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대학원 안녕!
졸업식을 다녀왔다. 아마 이전 글에도 적었지만, 마지막 학기가 끝났을 땐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종강 이후 졸업을 위한 절차를 하나씩 하고 나서, 공식적인 졸업자 명단에 내 이름을 보았을 때 뿌듯함과 안도감이 들며 이제야 실감이 났다. 졸업식 일정을 확인하고 회사에 연차를 쓰고 나니 새삼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2년 6개월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 다가온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매주 방에 틀어박혀 리포트를 쓰거나 발표 준비를 하다가 주말이 끝나길 수차례 반복했던 기억,
수업 지도안을 쓰며 상당히 고통받았던 기억,
수업 실연을 연습을 위해 연차 쓰고 학교 스터디룸에 박혀 혼자 연기하며 발표하다가 절망하던 기억,
열정적인 교수님들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던 순간,
학교 축제 갔다가 대학생들의 열기에 기가 다 빨리기도 하고,
중국으로의 교생실습, 1년간의 교육 봉사,
시간에 쫓기며 방문하던 과사무실, 교수님에게 메일 쓰며 고민 또 고민하던 순간들,
서류 제출 때문에 아까운 연차를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 했던 순간,
재밌는 과제에 열과 성을 다 하던 기억, 끊이지 않은 팀플 과제에 지쳤던 순간,
성적을 확인하며 이번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지 종종거리던 마음,
동기 선생님과 칼졸업이 살길이라며 만날 때마다 외치던 나날,
회사 끝나고 동료들에게 학교 가야 한다고 징징거리던 날들
모든 순간순간이 어렵고 힘들고 짜증 나기도 했지만, 사이사이 재밌고 의미 있는 일도 많았다.
교육대학원에 갔던 몇 가지 이유는 인문계열의 공부를 해보고 싶었고, 석사 졸업장을 가지고 싶었고, 미래를 위해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루트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다니면서도 내 선택에 대한 숱한 의심과 불안도 있었다. 지금 시간 낭비를 하는 게 아닐까, 과연 도움이 되는 걸까, 지금 집중해야 하는 건 현재 하고 있는 일인데,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게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마음도 있었다. 매번 심각하게 고민하는 건 아니었지만, 학교를 오가면서 머릿속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생각이었다.
몸이 힘들거나 수업이 빡빡했던 날에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더 커졌고,
수업에서 느끼는 게 많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었던 날엔 이런 생각도 금방 사라지곤 했다.
교육대학원을 다니면서 진심을 다해 그래 그럴 수도 있지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전엔 그래, 그럴 수도 있지는 말로만 했었다. 속으로는 하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의구심을 품고, 이해를 위해 질문을 했다. 결국 이해가 안 되면 포기하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멀리했다.
교육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배우면서, 한 사람이 왜 이렇게 생각을 하는지, 할 수밖에 없게 되는지에 대해 여러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이론으로, 데이터로, 예시로 접하면서 점점 그래, 진짜로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여길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내 마음의 그릇이 1cm 정도 넓어진 것 같다.
다른 하나는 단어 하나의 뜻에 대해 곱씹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교육은 정말 중요한 요소이고, 특히 미성년자에게 하는 교육엔 많은 책임감이 따른다. 그렇기에 대학원에서 만난 많은 교수님들이 단어 하나하나의 뜻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셨고, 단어가 가진 정의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학기 내내 리포트를 쓰면서 여기에 이 표현이나 단어가 어울리는 걸까? 뜻을 잘 표현하는 걸까? 고심하는 순간이 많았고 이게 쌓이다 보니, 느낌으로 그냥 썼던 단어의 정의를 찾아보는 순간이 많아졌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서, 더 고심해 고르게 되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긍정과 부정이 투닥거리면서 이것저것을 남기고 5학기, 총 2년 6개월의 여정이 끝이 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졸업을 그렇게 바랬지만, 졸업을 실제로 하게 되니까 들었던 기분에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공허함도 컸다. 항상 일과는 별개로 해야 할 것을 계획하고 해 왔던 나에게 대학원 다음으로 계획이 없었다.
12월 종강 이후 대학원을 가지 않으니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불편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고, 고민 끝에
요즘은 하고 싶다고 생각만 했던 걸 하나 둘 실천하며, 대학원이 빠져나간 일상에 또 차곡차곡 다른 걸 채워 넣고 있다. 쉬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는 친구의 말이 마음속에 깊이 박히긴 했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이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중이다.
졸업식 날 마지막으로 학교에 가니 평소엔 밤에만 자주 갔으니 잘 보지 못했던 예쁜 건물, 넓은 광장, 위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날씨도 맑고 여기저기 붙은 졸업식을 알리는 포스터들이 마음을 한층 더 상기시켰다. 졸업 가운을 입고 교정을 거닐며 사진을 여러 장 찍어 남겼다. 진짜 졸업이다!
졸업까지 오는 과정에서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내 성격도 한 몫했겠지만,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나의 주변인들도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졸업하고 나서도 변함없는 마음 중 하나는 대학원을 가고 싶은 사람에겐 도전하라고 무조건 추천하는 것.
정말 힘들지만, 해볼 만하다.
대학원 안녕!